데일리NK·국민통일방송의 취재 결과 중국 파견 북한 노동자들이 벌어들인 임금 중 상당 부분이 일자리 소개비나 당비 명목으로 국가에 상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종과 노동 강도에 따라 액수는 차이가 났지만 평균적으로 전체 임금의 70% 가량을 당국에 상납하고 30% 정도만을 본인이 직접 수령했다. 그마저 개인이 받는 임금도 북한의 가족들에게 송금하기 때문에 중국 현지에서 생활비로 사용하는 금액은 최소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했다.
연길의 한 조선족 사업가는 “회사마다 노동의 강도가 다르고 지역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임금 액수를 정확히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북한 노동자들의 말에 따르면, 예를 들어 300달러를 월급으로 받는다면 200달러는 회사에 주고 100달러 정도만 본인이 갖는다”고 말했다. 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실제로 수령하는 임금 비율은 러시아·유럽 등과 비교했을 때 그나마 높은 수준이다. 러시아·유럽 등에 파견된 노동자들은 임금의 최대 90%를 국가에 상납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그는 “회사가 개인에게 지불하는 이 임금을 (북한측 회사가 먼저 받았다가) 노동자가 북한으로 돌아갈 때 주는 경우도 있다. 몇몇 회사는 선불 형식으로 매달 지급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 회사가 어떤 명목으로 임금의 70% 가까이를 챙겨가느냐’는 질문에 “일자리를 소개해 준 대가로 받는 거라고 알고 있지만 이 돈을 가져가서 어디에 쓰는지 정확하게 밝히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임금을 나중에 받는 경우 “칫솔이나 화장지, 신발 등 생활용품을 구입할 수 있는 비용은 회사가 따로 지급한다. 북한으로 돌아갈 때 이 때 사용한 돈을 총 임금에서 제외하고 받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 노동자들도 회사가 총 임금 중 얼마를 가져가고 자신들이 얼마를 가져가는 지 다 안다”며 “그래도 북한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이렇게 중국에 와서 일하는 게 엄청난 고수입을 얻는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부대에서 중대장을 하는 사람이 한 달에 북한 돈으로 3500원에서 4000원 정도를 번다고 했다. 중국 돈으로 하면 3위안 정도 되는 소액인데 이 마저도 건설 비용에 필요하다, 무슨 지원을 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인민반에서 일부를 가져간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회사에서 임금의 3분의 2를 가져간다고 해도 북한에서 한 달 일하는 것보다는 100배에서 200배 가까이 더 벌 수 있으니까 뇌물을 먹여서라도 중국에 나오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직종들도 임금 수준은 조금씩 다르지만 국가에 상납하는 비율은 비슷했다. 북한 식당을 운영하는 북한 관리인은 “복무원의 경우 한달에 280달러 정도 버는데 거기에서 150달러 정도를 당비로 내야 한다. 그리고 나서 밥 먹는데 들어가는 돈까지 빼면 중국 돈으로 600위안 정도가 남는데 이것도 북한 노동자들에게는 큰 돈이다. 북한이면 네 식구가 거의 한 달을 먹고 살 수 있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봉제공장 관리인의 경우 “북한 노동자들은 한 달에 1900위안에서 2300위안 사이로 받는데 이 돈에서 당비도 내고, 자신을 공장에 소개해 준 사람에게도 돈을 주고 나면 자기 수중에 남는 돈은 100달러 정도”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봉제 공장의 경우는 한 달에 2000위안 정도 벌면 그 중에서 실수령액은 600위안 정도이고, 임금은 현금으로 지급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권은경 북한반인도범죄철폐연대(ICNK) 사무국장은 북한의 해외파견 노동자들의 상황을 ‘노예노동’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북한은 해외파견 노동자들의 인건비를 거의 몰수하고 있는 현실인데 북한 노동 관행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상한 것이 아니지만 국제적인 기준과 수준에서 본다면 노예노동이라고 할 수 있다”며 “또한 북한 노동자들이 일을 끝내고 돌아가면서 임금을 한꺼번에 받는 경우도 있다고 했는데 북한 같은 경우 은행 체계가 잘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이 과정에서 2, 3년 간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지도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출 금지 등 사실상 감금 생활…국제사회 의식 탓 처우 조금씩 개선
또한 중국 파견 북한 노동자들도 다른 해외 파견 노동자들처럼 북한 당국이 제공한 숙소에서 공동생활을 해야 하며, 근로 현장이나 숙소를 이탈할 수 없었다. 조선족 사업가는 “북한 노동자들은 혼자서는 못 다니고 2~3명씩 조를 짜서 다녀야 한다. 혹시라도 도망을 가거나 문제가 생길까봐 이렇게 다니게 하는 것”이라며 “북한 관리자들은 문제가 생기면 본인들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항상 불안해 한다. 그래서 식당 근처에서 항상 감시한다. 일하는 동안에도 계속 전화로 확인하고, 일이 끝나면 바로 데리고 가는 식”이라고 했다.
봉제공장 관리인의 경우 “북한 노동자들이 젊어서인지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호기심이 있었다. 그러나 중국 시내를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갇혀져 있는 상황에 대해 실망을 하더라. 해외 생활을 한다는 환상을 가지고 왔다가 그것이 깨지니 실망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화장품이나 속옷, 비누 등 여성들에게 필요한 생필품을 사러 시장에 갈 때도 5명에서 10명씩 조를 짜야한다. 도망을 가면 되니까 북한 관리자가 따라 붙고, 통역을 위해 중국 측 관리자도 같이 간다”며 “북한 노동자들이 가는 곳이라고 해 봐야 시장이 전부인데 그마저도 자유롭게 못 다는 것이다. 당연히 여행이나 관광 같은 것은 상상도 하지 못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북한 당국에 의한 임금갈취, 사회보장혜택 누락, 차별대우 등의 인권문제는 여전히 심각했지만 폭력이나 구타 등 신체적 폭력 사례를 비롯해 극단적인 인권 침해 사례는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이후 국제 사회에서는 여러 차례 북한 당국과 해외파견 국가에 압박을 해왔다. 그 결과 지난 해 말,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 침해를 우려하는 내용이 담긴 북한인권결의안이 유엔에서 채택되기도 했다.
중국과 북한의 기업 내 관리인들이 이러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의식한 듯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었다. 북한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조선족 사업가는 ‘중국 내에서는 북한 노동자들을 구타하거나 폭행하는 등의 인권침해는 없느냐’는 질문에 “중국도 자국민의 인권문제를 엄격하게 생각하고 있다. 자국민에게 폭행, 구타 등을 할 수 없는 것처럼 북한 노동자들에게도 당연히 할 수 없다”며 “북한 측 관리인들도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해 북한 노동자들에게 함부로 대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권은경 사무국장은 “중국 자체적으로 인권과 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향상된 결과가 중국 내 북한 노동자들에게도 반영이 된 것 같고, 또한 북한인권 실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적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