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 당국 간 회담에서 우리 측 수석대표가 통일부 차관인 것을 문제 삼아 무산시켰지만, 정작 북한이 대표로 내세운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장의 격(格)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가 체제인 북한에서 노동당의 외곽 단체에 불과한 조평통 국장이 우리 장관과 급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당-국가 체제 북한에선 전문 부서 비서가 내각 성(省)과 위원회의 상(相·장관급) 및 핵심 간부들에 대한 당적 지도를 한다. 조평통과 같은 북한의 외곽 조직도 당 비서의 지도를 받을 뿐 그 책임과 권한은 대단히 제한적이다.
때문에 당 비서가 조평통 등의 외곽조직에 위원장이나 부위원장을 맡기도 한다. 현재 조평통 위원장은 공석이고 부위원장은 김기남 선전 비서 등 4명이 맡고 있다.
통일부는 조평통을 북한 노동당의 정당·대남 외곽기구로 분류하고 있다. 북한 내 50여 개의 외곽기구 중 하나인 것이다. 정당·대남기구 범주에는 6·15공동선언실천북측위원회, 민족화해협의회, 조국통일범민족연합북측본부 등도 여기에 속한다.
당 외곽기구는 애당초 남한, 해외의 종교·직능단체 등을 상대로 한 인적, 물적 지원과 체제 선전을 목적으로 조직됐기 때문에 북한의 대외정책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거수기 단체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조평통은 북한 조선 노동당의 외곽 단체로, 당의 지시에 의해 움직이는 거수기에 불과하다”면서 “책임과 권한을 봤을 때 우리 장관과 서기국장의 격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국가 체제인 북한과 급을 맞춘다면 책임과 권한이 있는 당 비서 급이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지영의 주요경력을 살펴봤을 때도 장관급 수준이라는 북한의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진다. 우리 정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그는 남북학생회담 준비위 부위원장(1988), 조선카톨릭협회 중앙위 부위원장(2002), 6·15공동선언실천 공동행사 준비위 위원(2004),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북측의장(2010) 등을 맡아 활동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그동안 역대 장관급회담에 북한이 내각 책임참사를 단장으로 내보냈던 것이 격에 맞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국제적 기준에 맞춰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그동안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남북관계를 주도해왔다고 판단, 통일부장관의 카운터파트는 통전부장이 돼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일각에선 김양건이 ‘부총리급’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통일부장관 역시 국가의전서열상 외교부 장관 아래인 18위이고, 행정부에선 국무위원인 통일부 장관 서열은 7번째로 그 급이 뒤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남북관계 주무 부서로서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고 지시를 받는다는 점에서 조평통 서기국장과는 그 내용에 있어서 질적으로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노무현 정부 시절,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겸직하고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주요 현안을 주도하기도 했다.
김양건은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상무위원(4명)과 위원(15명) 다음 서열이라 할 수 있다. 지난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 당시 통전부장이었던 김양건은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잠시나마 면담을 진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