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꼴 카다피 몰락하면 北 김부자 ‘덜덜’






▲리비아 반정부 시위 현황. /김봉섭 기자
리비아 민주화 시위가 중대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군대의 초기 유혈진압으로 3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시위는 벵가지에서 수도 트리폴리와 해안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리비아 제 2의 도시 벵가지는 도시 통제권이 시위대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악화되자 카다피의 둘째 아들 사이프 알 이슬람 카다피는 국영 TV 연설을 통해 군대의 유혈진압을 사과하고 헌법과 미디어법을 민주적으로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유화조치와 함께 시위가 계속 확산될 경우 친(親)-반(反) 정부 세력 간 내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리비아 정부는 이집트와 리비아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이집트보다 리비아가 권력 독점과 전체주의적 성격이 훨씬 강하다고 말한다. 한국외국어대 서정민 교수는 “리비아는 우리의 유신독재와 북한의 중간 정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리비아와 북한은 유사점이 많다. 따라서 카다피 체제가 무너진다면 북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튀니지, 이집트에 이어 카다피 42년 독재정치 붕괴는 특히 북한 간부들을 흔들어 놓을 가능성이 있다.


김정일은 1980년대 말부터 시작된 동구 사회주의권 붕괴 장면을 위성TV를 통해 지켜봤다고 한다. 당시 조선중앙통신 해외언론 담당자들이 김정일에게 가장 먼저 충성맹세 편지를 쓸 정도로 위기감이 감돌았다.


리비아는 정부 형태가 카다피 혁명지도자 중심제(북한은 수령유일체제)라고 볼 수 있다. 카다피는 1969년 9월 혁명지도자에 취임해 현재까지 그 직책을 통해 국가수반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집트가 대통령중심제로 6년 임기마다 대통령 선거를 하는 것과 차이가 크다. 서 교수는 “카다피는 아랍 독재국가 중에도 가장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권력세습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북한과 유사하다. 카다피는 차남 알 이슬람과 4남 무타심을 놓고 권력세습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다피는 통치철학을 집대성한 그린북(Green Book) 사상에 기초한 독특한 통치이론을 내세웠다. 그는 헌법 대신 이슬람 율법과 사회주의, 그리고 자신이 강조하는 인민직접민주주의를 통치 수단으로 삼고 있다.


인민직접민주주의는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지방 인민회의가 지방 자치기구인 서기국을 구성하고 지방 인민회의 대표가 중앙 전인민회의에 참여하는 형태다. 인민회의 대표들은 카다피 충성인물로 채워져 있어 카다피의 거수기 역할에 그친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와 성격이 비슷하다.


리비아는 국내총생산의 30%, 수출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석유산업을 국유제로 운영하고 있다. 천연가스도 마찬가지다. 2003년까지는 생활필수품을 정부가 공급했다. 최근에는 시장경제적 요소를 도입하기 위한 변화를 추진 중이다.


리비아는 독재체제 유지를 위해 아랍사회주의자동맹 이외에는 정당 설립이 불허된다. 모든 언론사는 정부가 관장한다. 대신 반정부 성향의 라디오 방송이 송출되고 있다. 


또한 총의회와 아랍사회주의자 동맹, 민병대를 통해 친 정부세력을 강력하게 구축하고 있다. 알 이슬람 카다피가 내전을 경고한 것에는 친정부 세력이 정권 유지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리비아의 젊은 세대들은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SNS를 폭 넓게 활용해왔는데 리비아 정부는 시위 확산을 우려해 접속을 차단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휴대폰을 이용해 시위 소식을 주고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일반 주민들에게 인터넷이 차단돼 있지만 이집트 오라스콤을 통해 3G 통신망 휴대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가입자가 30만명을 넘어섰다. 오라스콤측은 북한 주민의 90%까지 사용자를 확대할 계획이며 음성과 단문메시지 이용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북한과 리비아도 차이는 있다. 리비아는 1인당 GNP(2009년 기준)가 1만8천4백달러에 이른다. 인터넷이나 국외 여행 허용 등 정보 통제 측면에서는 리비아가 북한에 비하면 훨씬 자유롭다. 핵개발을 추진해왔던 리비아는 최근 이를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반미 외교노선도 수정했다.


반정부 시위는 불허 되지만 반정부 성향의 지식인과 이슬람 세력이 존재한다는 점도 차이가 있다. 리비아에는 가족 전체가 수용되는 정치범수용소나 극단적인 연좌제가 없다.


그렇지만 북한 체제와 비교적 유사성을 많이 가지고 있는 리비아마저 붕괴된다면 북한 지도부의 위기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 민주화 시위가 확산된다면 그 위기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김정일, 김정은 부자는 리비아 민주화 시위 관련 정보의 내부 유입을 막고 나서겠지만 마음 한 구석이 뜨끔해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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