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꼴 ‘카다피·김정일’, 공통점과 차이점-①

이집트 시민혁명의 성공이 리비아로 옮겨 붙었다. ‘민주화 불길’은 순식간에 타올랐고 당황한 무아마르 카다피의 유혈진압은 오히려 더 큰 저항을 불러와 시민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결사항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카다피는 전투기까지 동원한 학살에 나섰다.


법무장관과 내무장관 등 ‘권력의 2인자’들까지 이탈하고 국가를 뒷받침하고 있는 전통유목부족연합도 분열하였으며, 외국의 대사들은 속속들이 반(反)카다피를 선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다피는 스스로 ‘순교자로 죽겠다’며 시위대를 향해 무자비한 공격을 선동했다. 상황은 내전양상으로 치닫고 있으며, 사상자는 1000명을 넘어섰다.


사실 이집트의 독재정권이 붕괴한 후 리비아에서 시위가 발생하였다는 소식을 접하고 역시나 카다피의 신속한 유혈진압으로 시위대가 흩어졌다고 알려졌을 때, 설마 카다피가 저처럼 궁지에 몰릴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였다. 장기집권 철권통치자 카다피의 절대적 권위가 통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카다피만한 독재자를 찾는다면 단연 제일 앞에 이름을 올릴 독재자는 김정일이다. 한국으로서는 몰락 앞에 발악하는 카다피를 보며 응당 김정일의 미래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카다피와 김정일을 잘 구분해 보아야 한다. 혁명은 그렇게 쉽게 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카디피와 김정일, 리비아와 북한은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을 지니고 있는가.


먼저 공통점을 보자. 기본적으로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카다피와 김정일은 ‘개인우상화 절대통치체제’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같다. 그리고 자신만의 통치이데올로기, 반미(反美)주의 체제 결속, 호화생활과 부정부패 등에서 비슷한 형태를 띤다.


카다피는 27살의 나이에 혁명을 성공하여 왕정을 무너뜨리고 리비아의 영웅이 되었다. 카다피는 ‘아랍사회주의’와 ‘반제국주의(반미주의)’로 자신의 독재에 ‘이념적’ 공기를 불어 넣고 절대권력 구조를 만들었다. 카다피는 자신의 생각을 ‘그린북(Green Book)’이라는 책으로 펴냈으며 “그린북은 새로운 시대의 복음이다”라며 이슬람교보다 선행하는 자신의 통치이데올로기로 내세웠다.


북한의 김정일은 공교롭게도 카다피와 나이가 같다. 카다피와 달리 김정일은 아버지 김일성으로부터 어린 나이에 권력을 대물림 받았다. 김정일은 1967년 25살에 당의 핵심 부서인 조직지도부 과장으로 권력에 다가갔고 1974년 당정치위원회 정치위원이 되면서 ‘당중앙’, ‘지도자 동지’로 불리기 시작했다. 1980년 당대회에서 당중앙위원회 위원으로 후계자를 확정한 후, 실권을 휘둘렀으며 김일성이 사망하자 외형적으로도 최고 통치자가 되었다.


북한의 통치이데올로기 역시 사회주의와 반미주의이다. 카다피의 그린북처럼 김일성은 ‘주체사상’이라는 이데올로기로 자신의 통치를 포장하고 국민들을 세뇌시켰다. 김정일은 여기에 ‘유일사상 체계 확립의 10대원칙’으로 우상화의 ‘정점’을 찍었다. 자신만의 통치이데올로기를 개발해 통치의 이념적 근간으로 삼고 개인 우상화로까지 연결시켜 ‘개인우상화절대통치체제’를 구축하였던 것이다. 대외적으로 반미주의를 ‘실천’함으로써 민족주의에 기반을 둔 체제수호 의지를 부추겨 체제의 결속을 꾀한 것도 같다.


이처럼 절대 권력구조에 자신만의 통치이데올로기로 공기를 불어넣고 국민들의 정신을 ‘장악한’ 것이 리비아와 북한의 공통된 통치형태이자 전략이었고, 그것이 장기집권의 비밀이었다. 김정일이 아버지 김일성의 주체사상과 같은 꼴로 선군사상을 강조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우리식 사회주의’나 ‘사상 강국’ 등 북한의 선전 문구도 결국 인민의 정신을 장악하여야만 독재를 유지할 수 있다는 고도의 전략에서 나오는 것이다. ‘사탕보다 자존심이 우선이며 자존심은 총대로부터 나온다’는 논리 역시 마찬가지다. 위기의 북한을 선군정치라는 군사적 방식으로 돌파해 가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독재자 일족(一族)의 호화사치와 부정부패도 같다. 리비아 국민들은 카다피 일가(一家)의 부정부패와 호화로운 생활에 분노하고 있다. 8남 1녀의 자식들은 리비아의 각종 관·군·경·사회계 고위직과 석유이권을 독차지하고 있다. 장남은 리비아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으로 국영우편회사를 총괄하고 있고, 둘째는 국영방송사를 소유하고 카다피 재단을 책임지고 있는 식이다. 이들은 외국의 대형주택을 소유하고 고급호텔에 투자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다.


김정일 일족(一族)의 권력 독점도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다. 대표적으로 김정일의 삼남인 김정은은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직책을 지닌 후계자이며, 여동생(김경희)은 당경공업부장, 매제(장성택)는 당행정부장이자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후계자를 후견하고 있다.


김정일의 호화사치 행각 역시 알려진 것만도 너무나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최근 ‘독재자를 고발한다’는 책을 펴낸 전직 해외북한공작원 김정률에 따르면, 김일성 김정일 부자는 세계 각지에서 사치품을 사들였다고 한다. 코냑을 즐기는 김정일은 프랑스산 고급와인의 주요구매고객이었다. 김정일의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는, 김정일이 평양에 머무는 날 수는 1년에 60일에 불과하며 나머지 300일은 전국의 수많은 호화별장들을 이동하면서 생활하였다고 한다.


최근 후계자로 부상한 김정은을 위해 휴양지의 승마시설이 대폭 개선되고 러시아로부터 수억 원의 명마를 들여오고 있다고 한다. 요트광인 김정일·김정은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가운데서 수십억 상당의 호화요트 2척을 들여오다 발각돼 반입이 무산되기도 하였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 Index)에서 리비아는 2010년 146위를 기록하고 있다. 집권층의 부정부패는 카다피 일가의 권력 및 이익 독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 권력층의 부정부패는 더욱 심각할 것이라고 예측되지만 북한에 대한 부정부패지수는 매년 빠져 있다. 폐쇄성 때문에 측정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닮은꼴의 북한과 리비아, 김정일과 카다피. 지금 리비아의 카다피에겐 몰락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국제사회의 눈이 김정일로 향하는 이유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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