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유입되는 대북관광사업, 유엔 대북제재와 충돌하나?

북한이 현대그룹과 금강산관광, 개성관광 재개 등에 관해 합의했지만, 현재 북한에 가해지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결의 1874호는 북한에 무역을 위한 공적 금융지원을 제공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정부의 판단이 어떻게 결론지어질지 관심이 주목된다.

1874호 20항에서는 ‘핵·탄도미사일·여타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된 프로그램 활동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는 북한과의 무역을 위한 공적 금융지원을 제공하지 않도록 촉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19항에서는 ‘북한 주민들의 필요를 직접 해소하는 인도주의 또는 개발상의 목적이나, 비핵화 증진의 경우를 제외한다”고 예외조항을 두고 있어 금강산, 개성관광 사업을 통한 북한의 달러 획득 과정을 개발 목적으로 볼 것인지, 핵 및 미사일 개발 자금 루트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북한이 금강산, 개성관광을 통해 벌어들인 달러를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했을 것이라는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물증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7월 고 박왕자 씨 피격사건으로 중단된 금강산관광과 북한의 12·1 육로통행제한조치로 중단된 개성관광이 재개될 경우 최소 3천만 달러가 북한에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일단 신중한 반응이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북-현대 합의에 관한 브리핑에서 “(합의사항에 대해)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합의는 어디까지나 민간 차원의 합의”라며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정부는 관광사업을 통해 북한으로 달러가 유입되는 것이 ▲무기금수 ▲화물검색 ▲금융·경제제재로 요약되는 안보리의 1874호와 충돌돼 자칫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에 유입되는 돈줄을 막아 핵 및 WMD 개발을 차단하겠다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한국정부가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지금까지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제재입장을 강조하며 1874호 채택 과정에서 안보리상임이사국(P5) 및 일본 등과 함께 ‘P5+2희의‘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기 때문에 독자적인 판단을 내릴 경우 이에 대한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이번 북한과 현대그룹과의 남북교류사업에 관한 5개항 합의에 대한 우리 당국의 설명이 미국 측에 전달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달 23∼24일 방한하는 필립 골드버그 대북제재 조정관이 이끄는 미국 대북제재 전담반과도 제재결의에 위반하는지 여부를 놓고 의견조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국책연구소 연구원은 “금강산 개성관광 수입이 북한의 핵 및 WMD 개발에 전용됐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명확한 근거를 찾기 힘들고, 관광사업이 1874호 채택 이전에 합의한 민간차원의 사업이기 때문에 이 문제가 국제사회의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또한, “대북관광 현금 유입문제가 노동자 임금 지급에 대한 투명성이 불명확한 개성공단 문제로 확대될 경우, 남북간 교류의 전면 차단으로 이어져 감당하기 힘들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과거 사업을 복원하는 수준에서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