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위조 `제2의 진실게임’ 되나

북미간 달러위조 공방이 구체적인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채 날 선 대립으로 치달으면서 북한의 HEU(고농축우라늄) 핵프로그램 보유 문제처럼 ‘제2의 진실게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02년 10월 촉발된 HEU 문제로 지난 3년여 한반도에 몰려온 핵위기가 ‘9.19 공동성명’으로 겨우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달러 위조 공방이 또 다시 유사한 악재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HEU 문제와 관련, 미국은 북한에게 ‘스스로 공개하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북한은 ‘아예 없다’고 맞서 내용만으로는 여전히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제4차 1단계 6자회담을 시작해 두달 후인 9월 2단계 회담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이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는 근거이자 한반도와 동북아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틀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북미간 달러위조 공방이 정확하게 처리되지 못할 경우 ‘공든 탑’이 무너져 버릴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부는 달러 위조 공방은 ‘사실확인’ 절차를 거쳐 신속하게 종결돼야 하며 이로 인해 북핵 해결 로드맵에 부정적인 영향이 끼쳐져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위조 달러 제조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엄청난 파장은 불가피하겠지만, 나름대로의 절차를 거치면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적어도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프로세스와는 분리할 수 있어 ‘9.19 공동성명’의 이행방안 논의를 지속할 수 있다는 계산인 것이다.

북미 양국의 주장만 난무한 채 정확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게 되는, HEU와는 또 다른 진실게임으로 흐르는 경우를 우리 정부는 가장 우려하고 있다.

그 경우 북미간 대화단절은 물론 ‘9.19 공동성명’ 이행 논의가 불가능해 질 것으로 보이며 자칫 6자회담 틀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북한이 정말 위조 달러를 제조했는 지 여부에 대해 아직 단정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16일 중국, 일본, 러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EU(유럽연합) 등과 함께 미 행정부로부터 그동안 조사해온 북한의 달러 위조 혐의에 대한 정황 증거에 대해 설명을 듣기는 했으나 ‘사실 확인’이 더 필요하다는 신중함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 행정부 고위인사들이 북한의 ‘슈퍼노트’(정밀위조 100달러 지폐)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말 북한이 그 것을 제조했는 지에 더 관심을 갖고 있으며, 그에 대한 입증이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미측은 이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자료를 국제사회에 공개하지도 않았으며 우리측에도 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정부는 미측에 추가적인 정보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북한의 위조달러 제조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위폐 문제는 성격상 전쟁 행위에 준하는 엄중한 사안으로, 해당 화폐 유통 국가의 경제 질서를 혼란스럽게 할 뿐더러 안보 위협이 될 수도 있고, 특히 달러는 세계 기축통화라는 점에서 그 파급 효과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러 위조 공방은 HEU 문제와는 달리 조기에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낙관론도 없지는 않다.

HEU문제가 2002년 10월 켈리 차관보의 방북을 통한 북-미 양자간 테이블에서 시작된 사건이라면, 달러 위조 공방이 불거진 계기가 된 마카오 소재 방코 델타 아시아(BDA) 사건의 경우 북-중-미 3자가 연루된 문제라는 점에서 의외로 돌파구가 찾아질 수도 있다는 기대가 그 것이다.

BDA 사건은 북한이 이 은행을 통해 위조달러를 유통시키고 마약 등의 불법 국제거래 대금을 세탁하는 등 자금조달과 융통을 해왔다는 것으로 미 재무부가 지난 9월16일 발표한 바 있다.

미 행정부는 당시 자국의 애국법 제311조에 따라 BDA를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하고 자국 금융기관들에게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이로 인해 예금인출이 폭주해 도산 우려가 제기되면서 마카오 당국이 모든 거래를 동결했다.

이로써 이 은행과 거래해오던 북한 기업의 계좌도 막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따라서 마카오 당국이 BDA의 예금거래 내역을 조사해보면 북한의 연루 여부는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카오 당국은 중국의 지시로 수개월째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정부는 적어도 내년 초에는 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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