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랑 곰즈만…’ 北, 카터 홀대로 美에 불만 표출

북한은 27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7개월간 억류해왔던 아이잘론 말리 곰즈 씨를 석방했다. 하지만 기대됐던 김정일과의 면담 등은 이뤄지지 않고 3일만에 카터 일행이 귀국하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김정일은 카터 일행의 평양 도착 약 7~8시간 후인 26일 0시경 전용열차를 타고 중국 지린으로 향했다. 손님(카터)을 초대해 남겨 놓고 주인(김정일)은 자리를 비운 셈이다. 이 같은 상황전개를 두고 ‘미 행정부에 대한 북한식 불만 표현’ 등 여러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번 카터 방북에 대한 북한 당국과 김정일의 태도는 지난해 8월 억류 여기자 석방을 위해 방북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때와는 차이가 크다.


당시 김정일은 클린턴 전 대통령과는 1시간 15분 대화를 갖고, 2시간 정도 만찬행사를 가졌다. 또 그 자리에는 최태복 최고인민회의의장, 김기남 당비서,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수석부부장 등 북한의 실세들을 배석시켰다.


그러나 카터 전 대통령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짧은 면담과 만찬이 있었을 뿐이다. 이런 이유로 북한의 태도는 ‘외교적 결례 수준’이란 평가와 함께 북한식 불만표현이란 평가가 뒤따르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메시지를 소지하지 않은 카터의 신분, 즉 개인 자격의 방북에 대한 북한식 냉담한 반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미 행정부는 이번 카터의 방북이 ‘정부 특사(envoy)’가 아닌 인도주의적 임무를 위한 개인 차원의 방북임을 분명히 했다.


카터 일행이 곰즈 씨와 함께 평양을 출발한 이날도 국무부는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은 곰즈 씨를 고향(매사추세츠 주)으로 데려와 가족들과 상봉시킨다는 유일한 목적을 위해 이뤄진 사적이고, 인도주의적이며 비공식적인 임무였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미국 정부는 북한의 (방북) 제안을 수용하겠다는 카터 전 대통령의 결정에 동의한 것”이라고 ‘카터의 결정과 제안’에 따른 방북이었음을 강조했다.


카터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과의 관계개선 등 미 행정부의 일정한 호응을 기대했던 북한으로선 기대에 미치지 못한 수준이었다는 평이다. 이에 따라 ‘외교적 결례’ 수준의 홀대를 통해 우회적으로 오바마 행정부에 불만을 던진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애당초 카터 방북이 미국의 대북정책과 현 국면을 전환시킬 수 없을 것이란 판단에 따라 북한 역시 인도적 차원만의 접근을 통해 ‘평화 메시지’만 전달했을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북한은 이번 곰즈 사면 결정에 대해 “김정일의 특사권 행사에 따른 지시”였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불법 입국 미국인에 대한 석방은 인도주의와 평화애호적 정책의 발현”이라고 주장했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카터 초청을 통한 석방은 평화제스처를 통해 미국의 추가 대북제재 등 ‘급한 소나기는 피해가겠다’는 현실적인 판단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카터에 대한 홀대는 자존심을 세우는 동시에 대미 불만 표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은 “미국이 하자는 대로 호락호락하지 않겠다는 의미의 북한 나름의 메시지”라고 풀이했다.


북한 대내외 매체들에 따르면 김영남 위원장 등은 카터 전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북미관계, 6자회담 재개, 비핵화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때문에 모종의 메시지를 오바마 행정부에 전달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 연구실장도 “북한이 미 행정부에 전달할 김정일 친서가 카터를 통해 전달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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