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北 송년문화…”생계책임지는데 왜 남자들만 노나”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연말연시. 북한 주민들은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연말이 되면 한해를 보내는 여유를 갖는다. 남한처럼 풍족한 망년회(북한에선 아직도 망년회라고 부른다)를 갖지 못하지만 직장별 노동자들이나 가족 친지, 지인들이 삼삼오오 한 집에 모여, 맛있는 음식을 해먹고 하루를 즐긴다.
 
가두여성(전업주부)들이 가정의 생계를 전적으로 책임지게 되면서 최근 송년회 문화가 바뀌고 있다. 생계 책임을 지고 있는 여성들이 직장인들만 모여서 하는 송년회에 가족을 데리고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일종의 여권신장에 따른 것이다.

북한 양강도 소식통은 27일 “가족의 생계가 자연히 여성들에게로 넘어가면서부터 직장 망년회에 가정주부들이 참가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면서 “일부이긴 하지만 최근엔 아예 아이들까지 함께 송년회를 보낸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가두 여성들 사이에선 우리가 생계를 책임지는데 망년회 직장 남성들만 즐기는냐는 말을 하곤 한다”면서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지만 가두여성들은 당당히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고 있어 여성들 권위가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망년회 준비는 지역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양강도의 경우 도시에서는 개인별로 돈을 얼마씩 내거나 집단 밀수를 해서 망년회 비용을 마련하기도 한다. 또 일부 생산물을 가지고 있는 직장들에서는 생산물을 팔아 망년회 준비를 한다.

반면 산골에서는 집단적으로 산에 가서 나무를 한다거나 가을 때 미리 망년회 준비로 농산물을 빼돌리기도 하는 등 직장(협동농장 포함)마다 송년회준비는 실정에 맞게 준비한다.

망년회 때 무엇을 먹고 어떻게 보냈냐 하는 것도 계층에 따라 차이가 난다. 망년회 비용이 마련되면 육류(주로 돼지고기), 술, 쌀과 밀가루, 기름, 생선류, 과일 등 송년회 음식재료들을 시장에서 구입한다. 때문에 망년회가 있는 연말에는 시장물가가 조금씩 오르기도 한다. 남한과 달리 북한의 망년회는 대부분 가정집에서 이뤄진다.

식량난이 시작된 1990년대 이후부터는 송편, 만두 등은 명절에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됐고 송년회 때는 일반 가정집들은 떡과 국수를 주로 먹는다. 물에 불린 쌀을 절구나 방앗간에서 가루를 빻아서 떡을 만드는데도 많은 시간이 들지만 평상시에는 먹을 수 없는 별식이라는 의미에서 힘든 것은 별로 문제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 한 탈북자는 “경제난 이후 겨울이면 ‘인정도 꽁꽁 얼어붙었다’는 말들을 흔히 하는데 그나마 망년회로 인해 주민들은 가족과 함께 마음의 휴식을 취할수 있다”면서 “더구나 올해는 적은 양이나마 배급을 줬기 때문에 다른 해보다 넉넉한 망년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2000년대 이후부터는 남성들도 술을 과하게 마시지 않고 음식을 주로 먹기 때문에 과거처럼 술주정(주사)을 부리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말이다. 음식을 먹은 다음에는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면서 각자 자기의 끼를 선보이면서 즐겁게 저녁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한해 마무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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