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남북 회담문화

이틀째를 맞은 제15차 남북 장관급회담이 이전의 여느 회담과는 다른 파격적인 양태를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그 동안 장관급회담을 비롯한 남북간의 각종 당국간 대화가 한민족의 분단현실을 반영하듯 지리멸렬한 밀고당기기를 통해 우여곡절 끝에 타협안을 내고는 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선 회담 형식에서부터 획기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남북 분단 이후 당국간 회담에서 처음으로 사각형 탁자에서 양측이 마주보고 앉는 대좌식을 탈피해, 국제회의에서 주로 사용하는 원형으로 좌석을 배치했다.

양쪽을 편가르지 않고 회담 진행을 보다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으로, 북측도 우리측의 제의에 선뜻 응했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정동영(鄭東泳) 남측 수석대표와 권호웅 북측 단장이 마주보고 앉는 게 아니라 바로 옆에 붙어 앉도록 자리를 배치했다.

처음 시도하는 외형상의 변화라는 점에서 북측 대표단이 서울에 도착하자 마자 정 수석대표가 권 단장에게 ‘답사’를 시켜주기도 했다.

이런 원형식 자리배치가 회담 내용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듯하다.

김 대변인은 “원형 배치는 형식 뿐아니라 내용에까지 변화를 낳고 있다”며 “기조발언을 할 때도 과거처럼 문어체의 낭독식이 아닌 대화체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 수석대표와 권 단장이 바로 옆에 앉아 주거니 받거니 대화하다 보니 분위기도 상당히 좋았고 협의도 진지해졌다”고 소개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협의 내용도 상당히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것들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원형 좌석 배치는 지난 17일 평양에서 정 수석대표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면담했을 때 장관급회담 문화를 바꿀 것을 제안한데 따른 것으로, 김 위원장은 “그동안 5분 정도 덕담과 날씨, 모내기 얘기 등을 해고서는 (본회담에서는) 주먹질하고 말씨름하고 소모적이었다. 이를 적극 개선해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자”며 공감을 표시한 바 있다.

이런 남북간 회담 문화 변화는 남측 대표단의 대국민 서비스까지 바꿔놓았다.

남측 대표단은 22일 오전에 진행된 첫 전체회의를 마친 직후 이례적으로 우리측 기조발언문 요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취재진에게 배포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게다가 회담 대변인이 간단한 설명과 함께 몇몇 질문만을 받아왔던 관행과는 달리 이 날은 상세하게 설명했고, 북측 기조발언까지 일부 소개하기도 했다.

비록 ‘6.17 정동영-김정일 면담’의 영향이기는 하겠지만, 입국시 반북시위로 얼굴을 붉혔던 북측 대표단은 전날 만찬은 물론 이날 전체회의에서도 이례적으로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시종일관 부드러운 분위기가 연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측 대표단은 폴라 도브리안스키 미 국무부 차관이 입국 하루 전날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또 다시 규정한 데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적어도 남북대화에서만은 양측 모두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가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상황이 이렇자 벌써부터 23일 오후로 잡혀있는 종결회의가 예정대로 열릴 것이라는 다소 성급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예년 같으면 회담 방문측이 떠나는 시각까지 합의를 하지 못해 밤샘협상으로 종결회의가 이튿날 아침으로 미뤄지고는 했기 때문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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