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둥에서 본 북·중 경협의 어두운 그림자

2009년 10월 중국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평양 방문 직후 북·중 양국 간 무역과 교환 거래는 계속해서 확대돼왔다. 협약체결 과정은 불투명했고 이행 과정 또한 평탄치 않았지만, 북·중간 국경무역은 더욱 강화됐다. 나선 특구지역을 제외하더라도 단둥-신의주 지역은 북·중 무역을 위한 최적의 입지로 자리잡게 되었다.

장성택은 최근 중국 측과 신의주와 단둥 인근 지역에 있는 특별경제구역(황금평·위화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랴오닝(遼寧)성을 방문했다. 중국 언론들은 북·중 협의문을 통해 2만여명 가량의 북한 노동자들이 특별경제구역과 랴오닝성에 투입될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과연 랴오닝성에서 바라본 대량의 북한 노동자들과 이들의 문화는 어떤 모습을 띠게 될 것인가? 또 더욱 활발한 양국 간 교류를 위해 이들은 어떠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가? 며칠 간 단둥에 상주하면서 그 해답을 찾고자 했다. 그 결과 이곳에 호황과 불황(boom and bust)이 반복되는 ‘일시적 호경기 현상’이 발생하고 있음을 알수 있었다.

▲ 호황의 조짐들

9개월 전, 단둥의 ‘평양고려식당’은 김정일의 죽음을 애도하는 북한 주민들의 진원지였다. 하지만 오늘날 이곳 거리는 다시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영업도 정상적으로 재개되고 있었다. 중국 관광객들은 새롭게 단장한 이 식당의 실내장식과 플랫폼 슈즈(바닥이 두꺼운 여자 구두)를 신은 여종업원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한다.

가격 또한 작년보다 2배 이상 올랐다. 노동신문을 진열한 선반은 사라지고 대신, 각종 외국어 교재와 새로 발간된 중국 관련 서적들이 종업원들 사이에서 한창 인기다.

이곳 식당은 북한 사람들에게 자연스러운 만남의 장소로 여겨지고 있다. 비닐론 정장에 V자 모양의 옷깃, 어깨 패드를 달고 때맞춰 들어오는 30대가량의 남성들은 여기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내일이면 분명 이들 중 한 사람은 신의주로 이어지는 오래된 다리로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 중국 세관을 통과하는 이동식 크레인들의 오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대형 상점이 들어선 이곳 지역엔 소매상인들을 위한 공간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북·중 양국은 10월 12~16일로 예정된 양국 간 ‘무역-문화-관광’ 대축제 행사를 앞두고 있다. 중국 측은 마치 모든 행사가 취소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떨쳐버리려는 듯 올림픽용 초읽기(카운트다운) 간판까지 내걸었다. 

황금평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가면 호황의 조짐을 더욱 뚜렷이 감지할 수 있다. 4월 13일 미사일 발사 시험 직전 중단되었던 새 대형 다리 건설 작업은 다시 전면 가동되고 있고(북측에서도 이번엔 거의 처음으로 ‘진짜’ 일을 한 흔적이 보였다), 단둥 인근의 위화도에선 급속히 늘어가고 있는 시멘트와 철강, 그리고 몇십 트럭 분량의 돌들이 이곳에서 개발이 한창임을 말해주고 있다.

▲ 불황의 조짐들

이 같은 중국 측의 건설, 노동, 수출 등의 ‘확장 신호’에도 불구하고, 이에 맞서기라도 하듯 불황의 조짐도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북·중 교류를 상징하는 다리의 북측 지역은 무성한 잡초와 몇 안 되는 건물로 유령 도시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실제 어떠한 개발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중국 국영 잡지인 ‘뉴 비즈니스 위클리’지는 최근 장성택의 국경지역 방문을 ‘새로운 기회’의 발단이 될 것이란 주제로 표지기사를 게재했다. 하지만 여기엔 몇까지 경고와 함께 부정적 의견도 반영됐다.

최근 시양그룹이 북한의 일방적 계약파기로 수천만 달러의 손해를 입게 된 사건은 이미 지역에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은 중국의 언론이 이 사건 경위를 어떻게 확대, 진압, 축소하느냐에 달려있다. 중국 CEO들의 시양그룹 사태에 대한 인터뷰가 담긴 국방신보의 기사는 분명 ‘확대’를 의미한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북한 정책의 정당성을 요구할 때에는 그만큼 시양그룹 사태를 심상치 않게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들은 상부의 지시를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원자바오 총리가 베이징에서 장성택에게 ‘법률에 입각한 방식’을 언급한 것도 시양그룹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 

끝으로, 이곳 랴오닝성 지역에서 점차 형성되는 반북(反北) 정서를 들 수 있다. 과거 이곳은 ‘반미 친북’을 외치던 운동의 진원지였다. 최근 개펄과 습지대가 많은 단둥 인근의 어느 작은 항구 도시에서 북한에 대해 ‘좋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이곳은 사실 지난 5월, 북한군에 의해 납치된 중국 어부들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들 가슴에 상처는 아물었을지 몰라도 ‘국경지역 사람들끼리 함께 잘 살아보자’는 이곳의 구호는 이들의 쓰라린 가슴을 온전히 씻겨내지 못한다.

호황의 신호조차 이곳에선 마찰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단둥의 한 모텔 주인은 이곳에 북한에서 파견된 간부들을 위한 60개의 객실이 사전 예약돼 있어 정작 이곳 지역 주민들이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만약 북한 간부들이 이곳에서 계속 코카콜라병을 흔들며 안마를 받는다면 국가를 초월한 계급갈등의 기이한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

▲호황과 불황의 갈림길

압록강 어귀의 습지대로부터 새 도시와 다리들이 건설되면서 국경 중심지에 대한 북·중 투자 개발에 대한 기대도 그만큼 높아졌다. 하지만 ‘다리’ 하나가 이들 간 ‘영원한 우정’ 또는 ‘시장의 개방’을 의미하지 않는다. 비록 장성택은 북한으로 돌아갔지만, 특별경제구역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기만 하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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