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별로 본 적성국간 외교관계 수립

미국과 북한처럼 오랫동안 적대관계를 유지해온 나라들이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관계 정상화의 핵심인 국가간 주권 인정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까지 이뤄진 주요 적성국가간 관계 정상화는 서로 주권 인정 범위를 점차적으로 넓히는 형식을 취하면서 성사됐다.

다음은 적성국간 국교정상화 단계별 주요 내용과 사례.

▲이익대표부(Interest Section) = 수교에 앞서 가장 기초적인 단계다. 정부 소속 외교관이 공직을 내놓고 민간인 신분으로 부임하기 때문에 공식적인 성격이 제일 약하다.

미국은 쿠바와 수교를 하지는 않았지만 주쿠바 스위스 대사관 건물 내 이익대표부를 개설해 연락 업무 정도를 보고 있어 상주 대표단으로 볼 수 없다. 독립적인 정부 대표단이 아니지만 양국간 기본적인 끈은 유지되는 셈이다. 미국과 리비아의 경우 2006년 5월 15일 공식 수교에 앞서 2004년 2월 각각 수도인 트리폴리와 워싱턴에 이익대표부를 먼저 개설했다.

▲연락사무소(Liaison Office) = 이익대표부보다는 한 단계 높은 중간단계 절차다. 외교교섭 등의 정무업무, 양국 기업간 협력 확대 및 포괄적인 영사활동을 수행할 수 있고 법적으로는 외교공관과 동일한 지위를 누린다. 대표부와 대표부 직원은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정’에 따른 특권과 면제혜택을 부여받게 된다.

미.중 양국은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양국관계개선을 다짐하는 ‘상하이 공동성명’을 발표한뒤 양국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했다.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베이징(北京) 주재 연락사무소의 초대 소장을 지냈으며 양국간 공식 대사관 설치는 이로부터 7년 이후인 1979년 1월에 이뤄졌다.

▲상주대사관(Embassy) = 정상적인 외교관계 수립 절차가 완료된 단계다. 대사관의 총 책임자인 대사는 접수국 국가원수에게 파견되는 정부의 대표다. 임명에 대해 접수국 국가원수로부터 신임장을 받아야 한다. 국가 원수 대 원수의 최고위급 관계인 것이다.

접수국 안의 파견국 정부나 다름없다. 대사관은 파견국의 국기와 국가의 문장(紋章)을 게양할 권리가 인정되고 접수국 정부는 대사관측의 동의없이 공관에 출입할 수 없다. 또한 일반인의 침입 등을 방지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이는 모두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정’에 적시돼 있다.

미국과 리비아는 2006년 5월 16일 대사급 외교관계를 전면 복원하고 양국 수도에 각각 상주 대사관을 개설할 것임을 발표했다. 실제 대사관 설치는 미국 의회 통지기간을 거쳐 이뤄졌으며 미 국무부는 성명 발표 후 리비아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해 관계 정상화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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