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미국 차례…’안전보장’ 화답할까

남한의 전력 200만㎾ 대북송전을 골자로 하는 ’중대한 제안’은 북한이 핵개발에 유혹을 느끼는 원인을 근본적으로 차단해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그동안 핵개발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 핵동력을 통한 전력문제의 해결과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에 따른 자위적 조치를 강조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003년 1월 정부 성명을 통해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직후 “인민경제의 전력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수력발전 능력과 화력발전 능력을 조성해 왔으나 잠재력에 있어서 제한적이었다”며 “우리는 우리나라의 조건에서 전기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도인 핵동력공업을 발전시킬 결심을 했다”고 주장했다.

국가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전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내부 부존자원을 이용해 안정적인 전력공급원 마련이 가능한 원자력발전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이번 남측의 중대제안은 북한의 핵개발 동기 가운데 하나인 에너지 문제에서만큼은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의 골자는 경수로 건설을 통해 북한의 전력수요를 해소함과 동시에 핵개발 계획을 포기한다는 것”이라며 “북한의 핵개발 욕구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전력공급이 필수적 요소”라고 지적했다.

북측이 5월 개성에서 열린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중대제안’의 내용을 일차 전해 들은 뒤 6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을 만난 것은 북측이 이 제안에 흥미를 보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앞서 북한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후 같은해 9월 제주도에서 열린 제3차 장관급회담 때부터 200만㎾의 전력을 직접송전방식으로 공급해달라고 남측에 요구했으나 남측은 비용과 기술적 문제 등을 이유로 거부 입장을 밝혔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북한의 체제보장을 위한 자위적 핵억제력 차원에서의 핵개발 욕구를 차단하는 문제이다.

북한은 핵보유를 선언한 2.10성명에서 “우리는 이미 부쉬(부시)행정부의 증대되는 대조선고립압살정책에 맞서 NPT에서 단호히 탈퇴했고 자위를 위해 핵무기를 만들었다”며 “우리의 핵무기는 어디까지나 자위적 핵억제력으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문제를 푸는 데는 북한의 안보불안심리 해소를 위해 미국이 어떤 결단을 내리느냐가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6자회담 틀 속에서 북한의 안전보장문제가 논의되더라도 결국 북.미 간에 기본적인 합의가 이뤄져야만 하고 나머지 참가국들은 이를 추인하거나 보증하는 역할 이상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측의 중대제안은 남한이 대북전력공급을 통해 북한 핵개발의 경제적 동기를 해소할 것인 만큼 이제는 미국이 정치적 수요에 따른 북한의 핵개발 원인을 제거하는 데 나서라는 강력한 신호로 풀이할 수 있다.

정동영 장관이 12일 기자회견에서 “북은 첫째 미국과 관계정상화, 즉 국교정상화를 희망하고 있고 그 안에는 체제안전보장이 들어있다”며 “참여국들도 성의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결국 북한 핵개발의 한 축인 안전보장문제에 대한 미국의 결단을 요구한 것이다.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남은 것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을 결단하는 것”이라며 “중국 견제라는 목표 아래 북한의 핵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현 부시 행정부가 어느 정도의 반응을 보일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남한이 주도적으로 200만㎾ 전력 ’대북송전’ 카드를 베팅한 만큼 미국이 ’대북안전보장’ 및 ’관계정상화’로, 북한이 ’핵포기’로 화답할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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