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10월, 한반도정세 분수령될까

북한 정치사에서나 핵문제를 필두로 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사에서 큰 획을 그은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몰려 있는 10월이 돌아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와병설 속에 10월 첫날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방북할 예정이어서 올해 10월도 또 다시 한반도 정세에 분수령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특히 최근 십수년간 남북관계와 핵문제 및 여기서 파생된 북미관계에서 주요한 사건들은 공교롭게도 10월에 몰려 있다.

1차 북핵위기 타결의 결과물인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문이 14년전 10월에 탄생(21일)했고 2차 북핵위기(17일)와 그 위기의 최절정인 북한의 핵실험(9일), 그리고 비핵화 2단계 조치인 10.3합의 모두 6년전, 2년전, 그리고 1년전 10월에 이뤄졌다.

그러나 제네바 합의문은 휴지조각이 돼버렸고 ‘10.3합의’도 최근 테러지원국 해제와 검증체계 문제에 부닥쳐 앞길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북미 양국은 1994년 10월21일 북한의 핵포기와 미국 등의 대북 경수로 제공 및 북미관계 개선을 주고 받는 제네바 기본합의를 통해 1990년대초 불거진 1차 북핵위기를 수습하고 양국관계 개선의 장을 열었다.

그 6년뒤 역시 10월에 북한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김정일 위원장의 특사로 방미해 공동코뮈니케를 발표한 데 이어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방북해 김 위원장과 면담하는 등 제네바 합의 실천 기운이 최고조를 이뤘다.

그러나 미국에서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후 제임스 켈리 미 특사의 2002년 10월 3∼5일 평양 방문을 계기로 2차 북핵위기가 불거지면서 제네바합의는 10년도 못돼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켈리 특사에게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통한 핵개발을 시인하고 며칠 뒤인 10월17일 한.미가 북한의 HEU 핵개발 프로그램 보유를 발표하면서 대북 중유지원은 중단됐고 합의문은 파기된 것이다.

2차 북핵위기는 4년 뒤인 2006년 10월9일 북한의 전격적인 핵실험으로 최고조에 달했고 이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신속히 엿새 후인 10월15일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했다.

북한의 핵실험은 결과적으로 부시 행정부를 북한과의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 북미 양국은 비핵화 1단계 조치인 ‘2.13합의’에 이어 2단계 조치인 10.3합의도 만들어냈다.

10.3합의는 그러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및 북.시리아 간 핵협력 의혹을 둘러싼 북미간 갈등으로 인해 북한의 핵신고서 제출이 6개월이나 지연되더니 현재는 테러지원국 해제와 검증문제를 둘러싸고 또 다시 파랑에 휩싸이는 형국이다.

10월1일 예상되는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힐 차관보의 방북 결과에 따라 10.3합의와 더 크게는 6자회담이 동력을 유지하고 비핵화 진전을 이룰지, 아니면 동력을 상실하고 장기방치될지 판가름날 전망이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은 30일 “미국이 힐 차관보의 방북을 결정했을 때는 나름대로 성과를 기대했을 것인 만큼 양보안을 준비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임기 만료가 임박한 부시 행정부로서도 북핵문제에서 진전된 성과를 물거품으로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관계에서도 10월은 1년전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간 정상회담을 통해 10.4남북정상선언이 나온 달이고, 6년전 10월23일엔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가 금강산관광지구 지정을 내용으로 하는 정령을 발표한 달이다.

현재 10.4남북정상선언은 남한의 새 정부와 북한 당국간 대립의제가 됐고 금강산관광은 금강산관광객 피살 사건을 계기로 재개의 기약없이 중단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10.4선언 이행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자 북한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존중과 이행을 남쪽 정부에 요구하면서 10.4선언은 남북 당국관계가 경색되는 소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개성공단과 함께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인 북한의 금강산관광지구 지정도 올해 10월 6주년을 맞지만 금강산 관광은 지난 7월 관광객 피살사건을 계기로 남북관계 경색의 증거물이 됐다.

북한 내부적으로, 10월10일은 북한 노동당 창당 63주년이며, 10월8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97년 김일성 주석의 3년상을 마치고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된 날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제1319군부대를 시찰했다는 지난 8월14일 밤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끝으로 47일째인 30일 현재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 이들 행사에 참석 여부가 북한 관측통의 주시 대상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뇌관련 수술을 받아 거동이 불편한 것으로 알려졌고, 노동당 창당 기념일은 올해가 63주년이어서 이른바 ‘꺽어지는 해’가 아니며, 총비서 추대 기념행사 역시 김 위원장의 참석 전례가 없어 이들 행사에 김 위원장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

김 위원장이 창당 기념일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잠적 기간은 57일로 늘어나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의 사망 후 2번째로 긴 은둔을 기록하게 된다.

김 위원장의 가장 길었던 잠적은 김 주석의 조문객을 면담하다 87일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10월 한반도 정세에 대해 “핵문제에서 다소 진전이 생긴다면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에 골몰하고 있는 북한 지도부에도 안도의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며, 남북관계도 급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추가 악화를 방지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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