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등장한 北 경수로 요구

북한이 18일 6자회담 기조연설을 통해 또다시 경수로 제공을 요구하고 나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현존 핵 프로그램 포기를 위해서는 경수로 제공과 완공시까지 대체 에너지 공급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부시 행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선(先) 경수로 제공 등을 요구한 것은 단순히 경제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 무엇보다 미국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북한의 일관된 주장이다.

미국이 경수로 제공이라는 ‘물질적 담보’를 통해 확실한 신뢰를 보여줘야 북한도 안심하고 핵 폐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것.

이 때문에 북한은 작년 4차 2단계 회담에서도 경수로 지원을 강력히 요구해 한동안 미국측과 신경전을 벌인 끝에 결국 9.19공동성명에 경수로 내용을 포함시키는데 성공했다.

북한은 특히 9.19공동성명 채택 다음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경수로 제공이 대북 신뢰조성의 기초라며 “신뢰조성의 물리적 담보인 경수로 제공이 없이는 우리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 억제력을 포기하는 문제에 대해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이 우리의 정정당당하고 일관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경수로 제공과 완공시까지 대체 에너지 보상 요구는 핵 동결 폐기 과정에서 제네바 기본합의문의 큰 틀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북한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북한 전기석탄공업성의 한 혁 수력발전관리국 책임부원은 작년 5차 1단계 회담 이후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와 인터뷰에서 “기본합의문을 파기한 부시 행정부가 핵포기를 하면 경수로를 주겠다고 해도 누가 믿겠느냐”며 “미국은 2003년까지 경수로 제공이라는 약속은 지키지 않았다. 고난의 행군시기 우리가 미국 때문에 막대한 피해를 보았고 우리는 절대로 90년대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신보도 작년 1단계 5차 회담을 평가하면서 북한의 선 경수로 제공요구와 관련, “조선측이 경수로 제공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요구로 내세우는 이유는 조선에서 국가 에너지 정책의 관건이기 때문”이라며 “조미기본합의문의 핵심도 경수로 문제였는데 미국이 공약을 저버려 조선에 손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경수로 제공 요구는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근본적인 원칙과도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핵무기 및 모든 핵 프로그램’의 폐기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핵무기 프로그램 폐기만을 고집하며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주권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앞으로 쟁점은 북한의 핵동결과 이에 대한 미국의 보상문제로 집중될 것”이라며 “경수로 제공문제는 여전히 논란이 되겠지만 대북에너지 제공 등은 북한의 핵동결을 유도하기 위한 상응조치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