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민족.다문화’ 적용 새 통일론 필요”

21세기 지구화의 시대에 한국도 다문화 가정이 급증하고 100만명 이상의 외국인이 거주하는 나라가 된 만큼 전통적인 `단일민족’ 국가를 상정한 기존의 통일방안도 다원적이고 복합적인 ‘연성복합 통일론’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명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장은 19일 이 연구소가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컨벤션센터에서 ‘새로운 통일론의 모색: 연성복합통일론’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워크숍에서 “1989년 발표된 한민족공동체통일 방안은 그동안 가장 공감할 수 있는 통일의 로드맵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지난 20년간 한국 사회에 큰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에 이를 보완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남북관계가 화해협력 단계로부터 남북연합 단계를 거쳐 최종적인 통일국가 단계로 이행하는 3단계 점진적 이행론에 근거하고 있다.

박 소장은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가입하고 남.북 정부가 60년 이상 지속됨으로써 남.북 각자의 국가성이 강화됐고, 남북간 경제력과 시민사회역량 등 격차가 커진 점 등을 지난 20년간의 변화로 예시했다.

연구소가 지난 1년간 공동연구한 통일방안의 대표 발제자로 나선 그는 “기존 통일방안은 통일의 최종적 목표로 하나의 단일민족 국가의 완성을 상정하는 데 비해 새로운 연성복합통일론은 전통적 민족주의보다 한반도내의 이질성과 다원성을 적극 포용하는 ‘열린 네트워크형’ 통일을 지향한다”고 규정했다.

‘열린 네트워크형’ 통일이란 한민족공동체통일 방안에서처럼 점진적이고 단계적 통일을 추구하되 무력이나 강제력보다는 문화적이고 지적이며 이질적인 것을 포용할 수 있는 `연성권력(soft power)’을 중시함으로써 정부 대 정부 중심의 정치적 사건으로서의 통일보다 비정부기구, 시민단체와 개인들의 유연하고도 부드러운 연결을 바탕으로 한 통합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박 소장은 설명했다.

이러한 내용의 연성복합통일 방안은 유럽연합(EU)처럼 정치적 통합보다 경제적 통합을 우선적 목표로 하면서 경제공동체도 “반드시 단일국가의 형태를 띨 필요가 없다”고 상정한다고 박 소장은 덧붙였다.

연성복합통일론은 특히 남한의 경우 기업, 비정부기구(NGO), 대학, 사회운동조직, 국제기구 등 “비정부적 주체들의 역량이 강화되고 정치.군사적인 힘 못지 않게 외교, 문화, 학술, 경제, 기술과 같은 다양한 소프트 파워의 중요성이 커지는 반면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중심의 리더십 변화에도 불구하고 북한 체제 자체가 단기간에 급격하게 무너지거나 해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판단”에 기초한다.

다른 발제자인 전재성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는 “결론적으로 연성복합통일론은 북한체제 전환의 연착륙, 남북통합 과정의 연착륙을 중시한다”며 “연성복합통일도 궁극적으로 하나의 민족국가를 이루려는 민족적 열망을 반영하지만, 통일 시기가 늦춰질 경우 과연 한반도가 (반드시) 근대 민족국가 형태를 가져야 하는지 새 논쟁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자인 박영호 통일연구원 국제관계연구실장은 “통일의 주된 대상인 북한이 전근대에 머물러 근대에도 제대로 도달하지 못한 상황에서 연성복합통일론과 같은 ‘탈근대적’ 접근 방식의 통일론이 적실성이 있느냐”고 반문하고 “북한을 다민족.다문화의 대상으로 간주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