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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피랍탈북인권연대>에는 편지가 한 통 도착했다. 중국에서 탈북자가 써보낸, 구원을 요청하는 편지였다.
편지의 주인공인 박모(41세)씨는 2003년 12월 중국-몽골 국경을 통해 한국으로 오려다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송되었다. 감옥에서 모진 고문을 당한 박씨는 심한 상처로 인해 풀려났으며, 곧장 다시 국경을 넘었다. 중국에서 박씨는 두 다리를 절단해야만 했다.
이 편지는 박씨가 “걸어서 못가면 기어서라도 한국에 가서 북한의 인권실태를 고발하겠다”며 보내온 것으로, <피랍탈북인권연대>의 도움으로 DailyNK에 전문을 공개한다. 박씨는 현재 태국에 체류하며 한국행을 대기중에 있다.
박모씨의 편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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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어요, 대한민국에! 존경하는 선생님들! 안녕하십니까? 저는 함경남도 **시에 살던 탈북자 박** 입니다. 2000년에 탈북하여 장춘에서 아들과 함께 길가의 돌마냥 짓밟히우고 살면서 내가 가야 할 곳은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대한민국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그래서 그꿈을 이루어 보려고 만주리(중국 지명-편집자 주)로 떠났다가 천국이 아니라 공안국에 잡혀 북송되었다가 두발마저 다잃고 불구가 되어서 돌아왔습니다. 2003년 12월 12일 성탄절을 맞는다고 모두가 그 준비로 설레일 때 나는 하나님이 꼭 도와주시라는 믿음을 안고 당시 내가 일하던 식당 주방장(엄씨)의 도움을 받기로 하고 아들은 장춘에 두고 떠났습니다. 일단 떠나겠다고 생각하니 무서운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12월 20일 내몽골 알선지에서 공안에 잡혀 연길 도문으로 후송되었고 3일만에 북한으로 나가서 온성군 보위부를 거쳐 청진시 집결소로 갔으며 다시 함경남도 신포시 강제로동단련대까지 갔습니다. 그동안 내가 겪은 일들은 이 몇 장의 종이 우에 다 적을 수도 없고 저주스러운 내고향 내나라가 나에게 준 아픔을 몇 자의 글로 다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내가 처음 북한에 갈때에는 발이 크게 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1월 온성군 보위부 추운 감방에서 그들이 내가 한국행을 했다고 약간 부어오른 발에 속이 쓴 쇠꼬챙이로 찌르고 사정없이 두들겨댔으며 그들의 구두발에 채여 눈에서는 피가 났습니다. 그렇게 매일같이 때리고 특히 족쇠를 발가락에 채우고 그 위를 사정없이 구둣발로 짓밟고 쇠꼬챙이로 쑤시고 때리고 하니 쇠독으로 발은 더 부어오르고 찔린 자리에서는 피아 엉퀴고 고름이 나오면서 썩기 시작했습니다. 밤에는 통증으로 신음하고 너무 마음 아파서 울었고, 낮에는 그들이 저년은 종아리까지 썼어서 문드러져야 한국으로 못갈 것이다고 사정없이 내리치고, 그때마다 무서운 아픔 속에서도 나는 헛소리치지 말아 기어이 살아서 걸어서 못가면 기어서라도 한국에 가서 오늘 일을 고발할거야 반드시 온세상에 북한의 인권유린문제, 아니 김정일 체제의 죄악성을 고발하겠다는 일념이 더하여졌고 그 각오가 나를 오늘에로 떠밀어 주었습니다. 날마다 나에게 무서운 고름을 주면서 썩어들어가는 발을 보며 나는 하나님 아버지께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지옥에서 죄없는 사람이 매일 같이 죽어 나가며 인간의 존엄란 찾을래야 찾아올 수도 없는 저 김정일 체제, 썩을대로 썩어빠진 이 나라 내 발처럼 빨리 썩어 없어지게 해달라고 믿고 또 믿었습니다. 그렇게 되니 마지막에는 말뿐이 아닌 온몸이 다 퍼렇게 멍들고 심지어 흰눈자위까지 퍼렇게 되면서 나의 모습은 사람도 짐승도 아닌 보기에도 끔찍한 괴물로 변하였건만 그들은 웃으면서 사정없이 차고 짓밟았고 오히려 그 발이 나를 살려준다고까지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의 말이 맞았습니다. 아마도 썩어빠진 그 발이 아니었으면 나 지금 이자리에 있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그후 한달이 지나 그들은 이미 중국에서 내가 한국으로 가려고 하다가 잡혔다고 쓴 문서를 보여주었습니다. 참으로 기가 막히고 앞이 캄캄했어요. 그런데 내 발이 너무 한심하고 온몸이 검은 색으로 변하니 집에 가서 치료를 받고 오라고 내놓았습니다. 그때 나는 나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주는 그발을 보면서 그래도 네가 나를 살렸다며 좋아하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선생님들! 세상에 이런 일이 또 있을 수 있습니까? 이것이 정상적인 사람으로서는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입니까? 그때 내가 지른 비명소리… 내가 토한 신음소리… 무서운 고름으로 나를 시달리게 하고 썩어 떨어져 이제는 설수도 없는 이몸! 이것은 내가 아니라 현재 북한에서 살고 있는 우리 부모형제들의 비명소리 신음소리이며 다 썩어서 바로 서지도 못하는 김정일입니다. 그후 나는 집에서 대강 치료하고 아픔이 멎으니 사랑하는 어머니와 동생의 만류도 물리치고 그들의 눈물겨운 바램을 뒤에 남기고 쌍지팽이를 짚고 굶어서 넘어지고 걷지도 못하여 기면서 중국으로 왔어요. 그때 나를 만난 아들과 친구들은 나의 두 발을 붙잡고 울었지만 난 울지 않았습니다. 내가 그 지옥에서 탈출하여 대한민국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렸기에…. 그런데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나도 내가 꿈꾸던 그 나라는 구름넘어 저 멀리 보이지 않고 중국 공안대의 올가미만이 나를 위협하니 정말 너무 안타까워 미칠 것만 같습니다. 매일같이 흰구름 떠가는 저 하늘 너머에 있는 그 나라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고 아픈 마음만 더해갑니다. 존경하는 선생님들! 도와주십시오. 그곳으로 가려는 나의 소망을 이루도록 하여주십시오. 간절히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공평하신 하나님께 나의 죄 다 용서하시고, 한국에 갈 수 있도록 인도하여 달라고 기도드려 주십시오. 희망안고 기다리겠습니다. 안녕히- 2005년 3월 25일 박** 올립니다. |
DailyNK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