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시 ‘현대 자금 北 HEU 전용’ 주장 논란

미 의회조사국(CRS)의 한반도 담당 래리 닉시 연구원이 한미관계 보고서(이슈 브리핑)에서 “현대가 북한에 지급한 현금이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HEU) 무기 프로그램 가속화를 도운 증거”가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닉시 연구원의 주장에 대해 정세현(丁世鉉) 전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김대중.노무현 정부 고위관계자들은 “북한 내부의 독특한 경제운용 체제 등을 모르는 사람의 확인되지 않은 개인적 추론일 뿐”이라며 “현대 자금은 당시 북한의 경제 회복에 주로 사용된 증거가 있다”고 반박했다.

닉시 연구원은 지난달 22일의 최신판 한미관계 보고서에서 현대의 대북 자금 규모를 1999년부터 2003년까지 “금강산 관광과 다른 2개 사업 대가로 공개 지불한 현금 6억달러”와 “비밀송금 5억달러”라고 추산하고 “가장 심각한 것은 이 돈이 HEU 무기 프로그램 가속화를 도왔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연합뉴스와 전화통화(3월16일)에서 “이는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기관의 판단이 아니라 현대 자금이 북한에 들어간 시기와 북한이 HEU 부품.자재를 대량 구입한 시기가 일치하는 등 매우 강력한 정황 증거에 기반한 나의 추론”이라며 “정황 증거이지만 매우 객관적인 결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에 공개된 그의 보고서를 보면 2003년까지는 현대 자금의 `군사 전용’을 주장했으나 2005년 1월판부터 HEU 프로그램 가속화 전용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통화에서 “2003년말이나 2004년초 보고서부터 이를 제기했으나 그 보고서들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고서에서 닉시 연구원은 현대 자금이 김정일이 직접 관장하는 북한 노동당 39호실로 유입됐고 ▲ 39호실은 김정일의 하사품용 사치품 외에 대량살상무기 부품과 자재의 구입 역할을 하며 ▲1999-2000년 현대 자금이 북한 외환 수입의 최소 30%를 차지하고 ▲북한이 1999-2001년 해외에서 HEU 관련 자재와 부품을 `대량’ 구입했다는 등 미 정보관계자 등의 말을 인용한 각종 언론보도를 추론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김대중(金大中) 정부 당시 고위관계자는 연합뉴스와 전화통화(21일)에서 “당시 북한은 크레인, 불도저 등 대형 건설장비를 1억달러 이상, 공장 설비.부품도 1억달러 정도 수입했다”며 “건설 중장비는 토지 정비 사업에 투입됐고, 공장 부품은 노후 공장 설비를 수리.현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으며, 그후 북한 경제가 바닥을 치고 올라갔다”고 말했다.

정세현 전 장관도 “닉시 연구원의 주장은 인민경제와 군사경제 사이에 돈이 넘나들지 못하는 북한의 독특한 2중 경제체제를 전혀 모르는 사람의 얘기”라며 현대 자금은 “조선아.태위원회가 번 돈이어서 인민경제 부문에 들어갔고, 비대칭(핵).대칭 군사력 증강 사업은 제2경제위원회를 따로 두고 있는 국방위의 인민무력부 소관”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대중 정부 고위관계자는 “미국은 북한의 HEU 프로그램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있더라도 무기 생산 시설보다는 실험용일 가능성이 있으며, 그에 따라 북한이 HEU관련 부품.자재를 샀더라도 그리 비싸지 않았을 것”이라며 거액의 현대 자금과 HEU 가속화간 연계를 부인했다.

그는 이라크의 폭탄 제조용 알루미늄관 수입을 HEU관련 원심분리기 제작용으로 봤던 미국의 정보 판단 실패 사례를 들어 “안보관련 정보에 대해선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하지만, 정확성 여부는 신중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고위 외교 관계자는 23일 닉시 연구원의 주장에 대해 “미국 보수파의 시각중 하나인 것은 사실”이나 “돈에 표식이 있는 것도 아닌데 정상적인 수출에서 번 돈과 마약 등으로 벌어들인 돈 등 어느 돈이 어디 갔는지 어떻게 알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CRS의 로버트 골디치 연구원이 지난해 10월 제출한 미군 유해 발굴 관련 보고서에는 1993년 이래 북한지역 미군 유해 발굴.송환을 위해 미국이 북한에 1천500만달러의 현금을 지불한 것으로 돼 있다.

닉시 연구원은 이에 대한 질문에 이 돈도 핵무기 등 군사용으로 전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워싱턴=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