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다리 간부들 무능해…때 되면 다 갈아치워야”

-만성적인 식량난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굶주리고 탈북자는 속출하는 데도 ‘조선인민은 수령복(김일성), 장군복(김정일), 대장복(김정은)을 누리고 있다’고 선전하는 것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 아닌가요?


동무는 조선 인민이 미제 승냥이들의 노예가 되는 걸 바라오? 미제의 경제봉쇄로 우리가 고난의 행군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사람이 밥만 먹고 사는 것이 아니오. 우리 인민은 자주성을 먹고 산단 말이오. 그것이 조선 인민의 위대함이오. 구라파 사회주의 국가들은 모두 무너졌지만 우리는 건재합니다. 그 이유가 뭔지 아시오? 당장 굶어도 강성대국을 기어코 건설하고 말겠다는 신념에 불타 있기 때문이에요.


군인들은 총폭탄 정신으로 무장하고, 주민들은 선군시대 혁명의 수뇌부를 목숨으로 사수하겠다는 결의에 차 있소. 우리가 핵 보유국으로 공인 받으면 남조선이나 미제가 식량과 원유를 갖다 받치게 돼 있어요. 곧 그 날이 올테니까 인민들에게 참고 기다리라고 말합니다. 고난의 행군이 힘들어도 웃으며 가자는 게 내 신념이오.


-솔직히 김정은 씨는 어린 시절부터 황태자로서 세상 부러울 것 없이 살아왔습니다. 집에는 전용 오락실이 있고, 생일이면 전 세계에서 선물이 공수됐습니다. 천하의 산해진미를 즐기며 살아온 사람이 인민들의 배 고픈 심정을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나는 한 겨울에도 두리안, 파파야 같은 동남아 열대 과일이 먹고 싶으면 다음날 공수해서 먹었습니다. 지금도 아버지 와인창고에는 1만병이 넘게 저장돼 있습니다. 저는 프랑스의 유명한 ‘에셰조 그랑크뤼’ ‘샤샤뉴 몽랑셰 프리미에 크뤼’ ‘클로드 부조 그랑크뤼’ 등 최고급(high-end) 와인을 즐깁니다. 아시다시피 아버지는 미식가에요. 지금은 소식(小食)을 하지만 여전히 덴마크에서는 돼지고기, 일본에서는 생선, 이란에서는 캐비어를 들여와 잡수십니다.


그런데 이런 것이 특권 같습니까? 아닙니다. 절대 아니에요. 아버지는 밤새 일을 합니다. 주로 심야에서 새벽까지 일을 많이 하죠. 막대한 국정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체력이 필요하고 체력은 좋은 음식에서 나옵니다. 인민의 영도자가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은 필연이지요.


나는 어렸을 때 아버지의 전속요리사였던 후지모토에게 ‘인민들은 어떻게 먹고 사는지 궁금하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인민들의 먹고 사는 것은 걱정이 됩니다만, 지도자부터 건강해야지요. (그는 건강과 파렴치함을 구분하는 소양도 갖추지 못한 것 같았다. 유난히 튀어나온 그의 배가 젊은 시절 김정일을 연상시켰다.)


-그 돈을 인민들 먹이는 강냉이 사는데 썼으면 사람들이 그렇게 굶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이 보시오. 우리 아버지 철칙이 있어요. 인민들은 배가 부르면 딴 생각을 한다는 거에요. 매일 매일 그 다음날 먹을 걸 생각하면 다른 생각을 못하게 되지요. 배 부르면 머리에 헛바람만 가득차고 남조선 날날이풍이나 따라 하려고 궁리를 합니다. 금방 자본주의 황색바람에 물들게 돼 있어요. 그러면 사회주의를 배반하는 너절한 배신자로 전락합니다. 인민들은 배가 좀 고파야 돼요. 조선은 그리고 인구가 너무 많았어요.


1990년대 중반에 사람들이 많이 굶어 죽은 것은 사실입니다. 저도 그 점은 동정이 갑니다만, 지금 이 정도 인구 수준이 적당하다고 봅니다. 우리 아버지는 토끼 같은 나약한 인간들을 걸러내고 승냥이처럼 강인한 생존력을 가진 인민들을 데리고 강성대국 입구까지 왔습니다.


-남한의 북한 전문 매체들이 전한 소식을 들어보면 북한 내에서 김정은 씨를 비방하는 낙서가 종종 발견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버지와 김정은 씨를 풍자하는 ‘곰 세 마리’라는 노래도 유행한다고 합니다. 김정은 씨에 대한 주민들의 지지가 거의 없다는 것이 그곳에서 들려오는 민심인데 이래서야 나라를 제대로 이끌 수가 있겠습니까?


그게 걱정이 됩니까? 남조선 동무들한테 그런 걱정은 내려놓고 편히 지내라고 말하고 싶네요. 하하하. 어느 사회나 반동분자, 적대분자는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자들은 총대로 다스리면 됩니다. 아시잖아요. 데일리NK는 우리 내부 방침을 바로 바로 전달하는 데니까. 지난해 9월 당대표자회 전후로 해서 전국적으로 타격대를 조직해 남조선과 전화하거나 남조선 영화 보는 자, 탈북자, 부화방탕한 자들을 골라내서 엄벌에 처하고 있어요. 저는 탈북자는 즉결 총살해도 좋다고 방침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5호 담당제를 3호 담당제로 바꿔 감시망을 더 촘촘하게 짰습니다. 노농적위대를 군 체계로 바꿔서 병영식 통제를 더욱 긴밀히 짜고 들어가고 있어요. 빈틈이 없어요. 지금이야 인민생활이 어려워 불만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올해 신년사에서 경공업 분야에 일대 혁신을 내라고 지시도 내렸습니다. 곧 남조선도 정권이 교체되고 미국도 우리를 원조하기 시작하면 앉아서 식량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그 때가 되면 인민들도 우리 부자의 인민사랑을 이해하게 될 겁니다. 인민들의 지지는 그 때 가면 절로 나옵니다.


-그렇게 철통같이 체제를 보위하면서 남측에서 보내는 삐라는 왜 그렇게 무서워합니까?


적대세력들이 우리 공화국을 흔들어 보려는 수작을 가만히 보고만 있으란 말이오. 작년에는 삐라가 아버지 집무실인 노동당 청사 앞마당까지 날라왔어요. 아버지가 우연히 이걸 보고 노발대발했습니다. 이걸 막지 못했다고 여럿이 목이 날라갔어요. 요새는 GPS까지 장착해서 보내더고만. 삐라만 보내면 간부들이 섬뜩하게 느낀단 말입니다. 우리는 분명히 경고했소. 삐라를 보내는 자들은 반드시 결산할 날이 올거요. 그 때 가서 후회하지 말고 지금 당장 그만두라고 전하시오.


-2009년 실시한 화폐개혁은 실패로 귀결됐습니다. 물가는 널뛰기를 반복했고 쌀값은 최근 시장에서 14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화폐개혁이 김정은 씨 작품이라고 하던데요?


화폐개혁이 국가에서 돈을 몰수하려고 했다는 주장이 나오던데 그건 사실이 아니오. 100:1로 화폐교환을 하면서 최대 4인 가족에게 10만원까지 교환해 주되, 추가로 가족 수에 따라 1인당 5만원씩 더 교환할 수 있도록 했어요. 그럼 총 구화폐로 30만원까지 교환해주는 겁니다. 그리고 바꿀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5만원씩 무상 지급했어요. 그리고 다음달에는 월급까지 5천원씩 나눠 줬습니다. 농민들에게는 1만 5천원씩 나눠줬어요. 이게 구 화폐로 보면 엄청난 액수입니다. 장사꾼들 돈을 노동자 농민에게 재분배한 겁니다.


-그런데 바로 수백%의 인플레로 화폐가치를 하락시킨 의미가 없어졌는데, 100:1 화폐교환을 하면 인플레가 나타날 거라는 예상도 못했나요?


그 점은 인정합니다. 그래서 박남기를 처리했습니다. 지금 정치를 늙다리들이 주도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문제를 풀어갈 능력들이 없어요. 정말 무지합니다. 외교부 부상이라는 사람이 경상수지 적자라는 개념도 이해를 못한다는 서방 기사를 봤습니다. 나 참 창피해서. 다 갈아치울꺼요. 김정은 정치가 뭔지 곧 알게 될꺼요. 이제 젊고 생신한(활력있는) 간부들이 나서야 합니다. 그걸 제가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김정은 씨도 적지 않은 나이인데 결혼 생각은 없습니까?


조선에서 나이 30이 넘도록 결혼을 안 하면 바보 취급을 받아요. 저라고 왜 결혼을 준비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아버지를 보십시오. 혜림 이모, 일천 이모, 어머니, 옥이 이모까지 동거만 네 번을 했어요. 그러니 여기저기서 말들이 많은 겁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저도 외로움에 소리 소문 안 나게 여자들을 많이 찾았습니다. 그래도 동거 같은 것은 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닮아서 여자 밝힌다는 말을 듣기 싫습니다. 정식 결혼은 내년이나 내 후년에 할 생각입니다.


-좋아하는 여성상이 따로 있나요?


아버지는 계란형 미인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남조선에서는 영화배우 이영애가 가장 조선풍으로 예쁘다는 말씀을 했어요. 그리고 조선 여성은 치마 저고리를 입어야 한다고 방침까지 내렸지만 저는 다릅니다. 섹시하고 서양풍이 좋아요. 저도 남조선 영화나 드라마를 봅니다. 위성TV로 실시간으로 봅니다. 남조선 말로 본방 사수하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시크릿 가든인가? 거기에 나오는 김사랑에게 매력을 느낍니다. 도도한 매력이 있어요. 근데 드라마가 재미있기는 한데 사람 몸이 바뀌는 허구가 눈에 거슬립니다. 무슨 만화 영화도 아니고 참…그거 보고 남조선 여성 동무들은 질질 짠다면서요. 드라마가 리얼리티가 있어야지.


-(김정은이 시간이 없다며 이만 끝내자며 인터뷰를 재촉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죠. 개혁개방에 나설 생각이 없습니까?


없소. 그만 합시다.


김정은과의 인터뷰는 이것으로 끝이 났다. 대담에 동석했던 김기남 비서가 “대장 동무가 직설적이어서 많은 이야기를 했소. 개인적인 이야기는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 김정은이 자리를 뜨자 안내원이 들어왔다. 노동당 청사를 나서자 눈이 쏟아졌다. 김정은이 탄 걸로 보이는 벤츠 승용차 부대가 이동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는 또 어디로 향할까? 3대 세습으로 기아와 압제의 새 시대를 맞는 북한 주민들의 암울한 운명이 어깨를 눌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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