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형이 입던 옷을 만지며 눈물지으셨는데…”

“어머니께서 생전에 늘 형님이 입던 옷을 만지며 눈물짓곤 하셨는데…”
죽은 줄 알았던 형이 가족을 찾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남북이산가족 추석상봉 행사를 위해 금강산에 갈 준비를 하고 있는 윤한동(66.강원도 원주시)씨는 이미 40여년전 세상을 뜬 어머니가 “형이 죽은 줄로만 알고 한이 맺혀 돌아가셨다”며 안타까워했다.

윤씨는 21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형 한규(77)씨와 전쟁통에 헤어질 때 형은 19세, 자신은 9세여서 “어렴풋이 형 얼굴이 기억난다”며 “형님을 만나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라며 헤어진 아들을 다시 보지 못한 채 한을 안고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 애달파했다.

북쪽 가족이 자신들을 찾는다는 통보를 받고 오는 28일 금강산에 가서 북측 가족을 만날 예정인 남측 가족들은 대부분 이미 죽은 줄로만 생각했던 북측 부모나 형제자매의 연락에 기막혀 하면서 반세기만의 만남에 대한 기대들을 나타냈다.

북한에 사는 형 정주안(87)씨의 상봉 희망 소식을 받은 주원(84.경남 김해시)씨는 “만주에 살던 형님이 광복되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죽었다고 생각하고 제사까지 지내고 있다”며 “죽은 사람이 살아서 걸어 나온 것 같다”고 반가워했다.

역시 북한의 형 석영순(78)씨를 만나는 동생 태순(74.서울 동작구 상도동)씨는 “형님이 전쟁 때 징병돼 전사한 것으로 알았다”며 “전쟁 와중에 돌아가신 어머니나 1978년 돌아가신 아버지나 멀쩡히 살아 있는 아들이 죽었다고 생각하시고 세상을 뜨신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6.25 당시 네살 때 헤어진 후 60년 만에 북한에 있는 아버지 박춘식(85)씨를 만나는 아들 이학(64.경기 수원시)씨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며 “아버지를 기다리다 결국 20년 전에 사망신고를 하긴 했지만 생사를 알게 해 달라고 계속 기도해 왔다”고 말하고 “‘아버지’라고 한번 불러 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어머니는 이미 10년전에 돌아가셨다”고 안타까워 했다.

북한에 있는 장인 로준현(82)씨를 만나기 위해 부인과 함께 금강산에 갈 예정인 권승환(67.서울 강북구 수유1동)씨는 “아내가 다섯 살 때 헤어진 아버지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북측으로부터 사진을 받아보고는 ‘우리 아버지 얼굴이 이렇구나’라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정봉주(49) 전 통합민주당 의원도 이번에 북한에 사는 사촌형 봉학(77)씨를 만난다. 팔순의 어머니와 친형, 사촌형 등과 함께 금강산에 갈 예정인 그는 “이산가족 1세대들이 다 돌아가시기 전에 남북간 정치적 상황과 별개로 이산가족 상봉이 신속히 진척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이산가족들 개개인 입장에서는 정치적 상황이 상봉을 막는 것이 정말 야속할 것인데, 남이든 북이든 이산가족 문제를 정치에 연동시켜 빗장을 지르지 말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