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북한에 당하는 ‘남한 對北 시스템’ 아시나요?

아세안안보포럼(ARF)에서 한국이 북한에 당한 것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야단법석인 것 같다.

한국 언론들은 “북한의 외교전에 밀렸다”며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고 있다. 야당은 야당대로 기회를 잡았다며 정부와 여당을 맹렬히 공격하고 있다. 외교부장관 경질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싱가포르에서 남한에 어퍼컷을 날린 뒤 재차 한방 더 날리려는 기세다. 북한은 이란 테헤란에서 열리는 비동맹운동(NAM) 장관급회의(2008.7.27∼30일)에서 ‘10.4 정상선언 지지’를 합의문서에 담기 위해 뛰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오랜만에 좋아하는 최고급 샴페인을 꺼내 마시며 지금의 분위기를 한껏 즐길 것이다. 작년 12월 남한에 보수정권이 탄생했을 때 괜히 불안했었다면서 반년 동안의 스트레스를 풀며 앞으로 5년동안 남한정권을 어떻게 요리할까를 구상할 것이다.

현재의 남북관계, 특히 이번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과 ARF에서 북한에 일격을 당한 것은 구조적으로 볼 때 필연적인 측면이 있다. 남한 이명박 정부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러니까, 북한의 시스템과 남한의 시스템을 볼 때 남한이 북한에게 당할 수밖에 없게 되어 있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당, 국가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적게는 5~6년, 길게는 수십 년씩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고, 선배로부터 배우며 훈련과 실전을 통해 경험과 노하우를 쌓는다.

최근 들어 북한은 대남부서에서 일하는 핵심 인물들을 대거 숙청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상대적으로 대남 라인의 경험과 노련함, 전략적 안목 등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시스템이 있고 업무추진과 집행의 관성과 관습, 스타일은 변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북한은 핵심 인물들이 숙청된다 하더라도, 시스템이 있고 시스템의 실질적인 핵심 일꾼들은 유지되기 때문에 대남 전략과 전술에서 일관성이 보장되는 것이다.

반면에 남한은 어떤가? 정부의 그 어떤 부처와 기관을 막론하고 직무가 2~3년, 아무리 길어 봐야 5년 정도를 주기로 끊임없이 바뀐다. 특히 중요한 직무일수록 바뀌는 경우가 많다. 통일부에도 2~4년을 주기로 직무가 바뀌는 경우가 참으로 많다.

직무가 바뀌고 업무가 바뀌어도 정책, 경험, 노하우 등이 그대로 계승되고 관습이나 전통 등이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 북한과, 사람도 자주 바뀌고 지난 정부의 노하우 전수도 제대로 되지 않는 남한이 외교전에서 붙으면 누가 이기겠는가? 답은 명료히 나오는 것이다. 남한의 대북 라인들이 업무의 전문성과 경험, 노하우 등으로 무장하지 않고, 게다가 대통령과 여당의 눈치를 보다보면 남북관계에서 북한을 당해내기 힘든 것이다.

남한의 경우 남북관계에서 가장 취약한 것이 시스템과 대북 마인드이다. 정권이 바뀌면 과거의 모든 것을 다 무시하고 새로 짜다보면 기존의 시스템이 파괴되기 마련이다. 남북관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특히 교수, 학자들이) 대선캠프에 먼저 들어가 인맥을 쌓고 유토피아적이고 포퓰리즘적인 정책을 만들어 대통령 후보와 국민의 시야를 흐려놓는 경우가 빈번하다.

특히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 아마추어들이 졸지에 전문가가 되고 전략가가 되어 국가정책을 만들어서 굿판을 벌리다 남북관계를 10년간 망쳐 놓았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도 정권이 바뀌자 NSC를 폐지하고 청와대 지하의 상황실도 없애려고 했다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또 남한이 북한에 결정적으로 약점인 부분은 북한을 ‘우습게’ 본다는 것이다. 탈북자인 필자는 남한에 와서 남북관계를 10년 넘게 지켜보았다. 그런데 남한은 어떤 사람이나, 어떤 기관이나, 어떤 경우에나 북한을 우습게 보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시기 김정일 정권에 맨 날 퍼주고 뒤통수를 맞으면서도 돌아서서는 북한을 우습게 보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핵실험을 했는데도 바로 그날 ‘북한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괴상망칙한 분석이 이른바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올 정도이니 더 할 말이 있겠는가.

남한이 북한을 우습게 보는 배경으로, 북한경제가 붕괴되었고 만성적인 굶주림을 겪고, 주민들은 무지하고, 남한에 와서도 적응도 제대로 못하니까 그렇게 보는 것 같다. 어떤 학자는 탈북자들과 북한에 대해 토론하다가 자신이 북한에 대해 잘 모르니까 제풀에 지쳐서 “탈북자는 DNA가 다르다”는 말까지 한 적도 있다. 자신이 북한을 모르는 줄 모르고 북한에서 살다온 사람들의 말이 틀렸다고 하니,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할 노릇이다.

하지만 북한주민들은 가난하지만 김정일 정권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주민들이 굶어죽으면서도 김정일이 저토록 집요하게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도 수령독재 시스템이 잘 짜여져 있고 악조건에서도 독재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정권을 만만하게 보아서는 도저히 대북전략에서 이길 수 없다. 때문에 무엇보다 북한에 대해 정말 제대로 아는 전문가가 정책 일선에 나서야 한다. 북한에 관한 논문 몇 개 썼다고 북한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 더욱이 그런 사람이 중요한 국가정책을 다루다가는 김정일 정권에게 백전백패 할 수밖에 없다. 이론과 실전, 경험이 풍부한 진짜 전문가들이 전면에 서고, 그 다음 전문가, 학자들이 차례로 이어가면서 노하우를 쌓고 이를 전수해 가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번 고 박왕자 여사 피살 사건과 ARF 외교전에서 북한에 당한 것을 뼈아픈 경험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제대로 된 전문가를 찾아 대북전략 전반을 재점검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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