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필 평양공연, 北 ‘껍질 벗는’계기”

내년 2월26일로 예정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은 북한이 그동안 꼭꼭 숨어있던 껍질로부터 벗어나 국제 사회에 모습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예정대로 성사될 경우 주요 미국 문화단체의 첫 평양 공연 사례가 될 뉴욕 필하모닉의 평양 방문 계획에 대해 NYT는 베토벤과 바흐의 선율이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국가에도 울려 퍼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NYT에 의하면 북측은 평양 공연을 위한 뉴욕필측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했다.

그중에는 미국 국가 연주를 비롯해 한국계 단원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게 배려해 달라는 점, 공연 내용의 방송, 외국 언론들의 동반 취재 허용, 공연장인 동평양 대극장 내부의 음향관련 설비 조정 등이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현 시점에서 공연 성사를 위해 남은 과제는 오케스트라 단원과 취재진, 악기를 비롯한 장비들을 실어나를 비행기 및 차량을 어떻게 조달할지 여부 정도다.

혹시 있을지 모를 북한 당국의 ‘변덕’ 또한 성공적인 공연을 가로막을 수 있는 악재들 중 하나다.

NYT는 이번 평양 공연이 1953년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구 소련 공연, 1973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중국 공연에 이어 외교 역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 교향악단 행사의 계보를 잇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필의 평양 공연이 세계 최악의 억압 정권 중 한 곳인 평양 당국에 일종의 선전 도구를 제공하는게 아니냐는 우려는 여전하다고 NYT는 밝혔다.

이 신문은 지난달 28일자 독자의견란에 실린 리처드 앨런 북한인권위원회 공동의장과 척 다운스 위원회 이사의 공동기고문을 이런 시각의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이에 대해 NYT는 “지극히 이론적으로는” 어떤 형태의 개방 활동도 북한 정권에 일종의 정당성을 부여한다면서도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은 북한으로 하여금 껍질 바깥으로 나오게 하는데 있어서 어떠한 긍정적인 역할도 하지 못해 왔다”는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의 말을 전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