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필 평양공연, 北美 극적변화 전주곡

북핵을 둘러싼 북미간 오랜 불협화음이 뉴욕 필하모닉의 선율로 치유될 수 있을까.

미국의 대표적인 오케스트라 뉴욕필의 평양 방문이 확정단계에 들어서면서 과거 미국 오케스트라가 전격 공산국가를 방문하면 어김없이 해빙기를 맞았던 전례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 과거 사례 어떤 것 있나 = 무엇보다 지난 1973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중국을 방문한 것은 냉전구도가 엄존했던 당시로선 세계적인 이벤트였다.

더욱이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역사적인 중국 방문, 이른바 ‘핑퐁외교’를 전개한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극적인 효과가 적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은 ‘핑퐁외교’를 통해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적대국 관계를 유지해 온 양국 관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물론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방중 성사는 1971년 일본 나고야(名古屋)에서 열렸던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중국 선수단이 참가한데 이어 이 대회 참가 미 탁구선수단과 기자들이 중국을 친선 방문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음은 물론이다.

그에 앞서 1956년에는 보스턴 심포니가 옛 소련을 방문, 양국 관계 정상화에 물꼬를 텄다. 미국의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옛 소련을 방문한 것은 당시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3년 후 거장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하던 뉴욕필도 옛 소련을 방문, 미소간 해빙기류를 조성하는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했다.

◇ 평양 시내 ‘성조기여 영원하라’ 연주될까 = 뉴욕 필의 이번 평양 방문이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도 바로 그런 역사적 이유에서다. 뉴욕필의 방북 규모는 단원 150여 명과 관계자를 포함해 총 250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계에 엄청난 팬을 확보하고 있는 뉴욕필의 아름다운 선율이 평양 시내에 울려퍼진다는 사실은 북핵문제가 고비를 맞고 있는 시점에서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미중간 관계정상화를 트는데 큰 역할을 한 ‘핑퐁외교’의 또다른 형태인 ‘음악외교’라는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힐 차관보에 따르면, 북한은 마침내 미국 국가인 ‘성조기여 영원하라(The Star-Spangled banner)’를 연주하는 것을 허용했다.

자신들을 ‘악의 축’ ‘폭정의 전초기지’로 불러온 미국의 대표적인 오케스트라가 평양에서 미 국가를 연주토록 허용하는 것은 상전벽해와 같은 큰 변화임에 틀림없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베토벤과 바흐의 선율이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국가인 북한에도 울려 퍼지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북한은 그간 문제가 됐던 한국 출신의 뉴욕필 단원 8명의 입국도 수용했다고 전했다.

◇ 김정일 위원장 참석할까 = 게다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잘 알려진 것처럼 예술 애호가이다. 2만 편에 달하는 세계 각국의 영화 필름을 소장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만약 김 위원장이 직접 뉴욕필 공연에 참석한다면 북미간은 물론 남북 관계에도 청신호가 아닐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지난 주엔 조지 부시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완전하고도 정확한 핵폐기를 촉구하는 친서를 보냈고, 답신을 기다리고 있는 중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북핵 폐기와 지난 10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거론된 한반도 정전협정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문제 등이 뉴욕 필의 ‘음악 외교’와 맞물려 급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이번 공연이 김 위원장에게 일종의 선전 도구를 제공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은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뉴욕필의 평양 공연후 서울에서도 공연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어 한반도가 평화의 중심축으로 우뚝 서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