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필 평양공연을 보는 중국의 시각

북핵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오는 26일 평양 공연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 재개의 새로운 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발 더 나아가 뉴욕필이 평양에서 북한과 미국의 국가를 울려퍼지게 한다면 얼어붙었던 북미관계가 봄 눈 녹듯이 녹아 수교를 향한 첫 발걸음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30여년 전 중미 국교 정상화를 이끌어냈던 ‘핑퐁 외교’와 ‘오케스트라 외교’를 기억하고 있다. 핑퐁 외교란 1970년대 미국과 중국에 수교의 물꼬를 텄던 탁구 교류를 말한다. 미국 탁구 선수단은 1971년 기자단과 함께 중국을 방문했으며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도 1973년 중국 공연을 했다. 이는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중미 수교를 가져왔다.

현재 북한과 미국은 원수처럼 지내고 있지만 만약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국가안보를 보장하고 미국과의 국교 수립을 하도록 하겠다는 북핵 6자회담이 진행되고 있다.

6자회담은 그러나 2단계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를 놓고 교착국면에 빠져 있다.

미국은 북한이 먼저 완전하고 정확한 핵 프로그램 신고를 해야 한다면서 북한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입각해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약속을 이행해야 신고를 할 수 있다며 맞서고 있는 것이다. 아무런 보장 없이 무턱대고 신고만 할 수는 없다는 게 북한의 주장이다.

결국 지금의 교착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북한과 미국 양쪽이 같이 용단을 내리는 방법밖에는 없다. 북한은 완전하고 정확한 핵 신고에 나서고 미국도 테러지원국 해제 작업에 착수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오는 25일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다음날 북한을 방문해 선물 보따리를 풀며 새 돌파구를 마련해 주기를 내심 기대했다.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참석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김정일 위원장과 라이스 장관이 나란히 공연을 관람하는 ‘사태’가 연출되게 된다. 이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2000년 10월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과 함께 집단체조 ‘백전백승 조선노동당’을 관람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과 올브라이트 장관이 북미 수교 문제와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문제를 놓고 북미관계에 새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평양 공연에 거는 중국의 기대는 컸던 셈이다.

그러나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 15일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는 라이스 장관이 취임식을 마치고 곧바로 북한을 방문해 평양 공연을 관람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음으로써 중국의 기대는 무너지고 말았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 소식통들은 라이스 장관이 방북하지 않겠다는 것은 북한 핵 신고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양보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핵 신고 문제를 둘러싼 이번 6자회담의 교착상태가 장기화된다면 2.13 합의의 실효성이 2단계 불능화 단계에서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오는 26일 전 세계는 물론이고 북한에도 생중계될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선율이 북한과 미국 지도부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 북미관계의 해빙기를 앞당겨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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