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필 공연 앞둔 北 클래식 음악 현황은

“남한의 클래식 공연을 접해봤는데 북한의 연주 기법이나 곡 이해 수준이 남한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북한의 클래식 연주는 음악을 통한 개인적인 감정 표현은 부족하지만 테크닉 측면에서는 최고 수준을 갖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남한으로 들어와 국내 음악 대학원에 입학한 탈북자 출신 피아니스트 김모(29.여)씨의 말이다.

세계 3대 교향악단의 하나인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년 2월 평양 공연 일정이 확정되면서 북한 클래식 음악의 현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엔 평양국립교향악단과 윤이상음악연구소 산하 악단 등 2개의 전문 교향악단이 있고, 이들을 포함해 평양에만 10여개의 관현악단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 악단엔 음악 영재교육을 받거나 유학을 다녀온 연주자들이 다수 입단해 있어 북한은 “세계적 수준의 기량”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클래식 음악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며 교향악단 운영을 전폭 지원하고 있다. 그는 평양국립교향악단에 대해 “국립교향악단은 나의 악단”이라고 부르며 2004년12월 이 악단의 공연을 관람한 이래 2005년 1회, 2006년엔 3회나 공연장을 찾았다.

김 위원장은 노동당 중앙위 선전선동부 문화예술지도과장이던 1969년 당시 만수대예술단 산하에 여성들로만 구성된 실내 악단인 ‘공훈여성 기악중주조’를 만들도록 하기도 했다.

이때문인지, 북한은 문학이나 미술 등 다른 예술 분야는 민족적인 것을 강조하지만, 클래식 음악 만큼은 서양 것을 적극 받아들이는 ‘세계화’를 지향하고 있다. 다만 교향악단에도 민족악기를 포함시키기는 한다.

1946년 창단된 평양국립교향악단은 북한에서 내로라하는 연주자들도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만 들어갈 수 있다는 최고 수준의 관현악단. 1천석 규모의 전용 극장인 모란봉 극장에서 정기 연주회를 열고 있는데 노동당 간부나 내각 관료 등 고위층과 외국 방문객이 주로 관람한다.

단원 200여명 중에는 이탈리아와 러시아 등에서 유학한 연주자와 지휘자가 다수 포함돼 있으며, 입단한 뒤에도 정기적으로 당국의 기량 평가를 받도록 돼 있다.

1990년대 모스크바에서 유학한 뒤 이 악단에서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다 2003년 남한으로 온 김철웅(33)씨는 “2002년 KBS교향악단이 방북, 평양국립교향악단과 협연했을 때 남쪽 연주자들이 북한 단원들의 연주를 보고 혀를 내두르며 감탄했었다”고 전했다.

지난 10월 방북했던 뉴욕 필의 공연협의 대표단은 평양국립교향악단 등의 연주를 들어본 뒤 “새로운, 아름답고 훌륭한, 문화예술이 발전됐고 정서가 숭고한 나라를 발견했다며 환성을 올리고 돌아갔다”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연합뉴스 방북 대표단을 면담한 자리에서 전했다.

평양국립교향악단과 윤이상음악연구소 산하 악단 외에 만수대예술단과 청년예술단, 피바다가극단도 수준급의 관현악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악단에선 베토벤과 바하, 차이코프스키 등의 곡과 함께 ‘청산벌에 풍년이 왔네’, ‘그네뛰는 처녀’ 등 북한 작곡가의 교향곡을 레퍼토리로 갖고 있다.

북한의 교향악단들은 플루트,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오보에 등 서양 악기와 함께 “민족악기”로 북한식 개량 전통악기인 징, 소해금, 중해금, 단소, 저대(대금) 등을 포함한 것이 특징.

탈북자 출신 소해금 연주자인 박성진(37)씨는 “소해금은 바이올린 옆에, 단소는 플루트 옆에 앉아 협주하는 것이 북한식 클래식”이라며 “서양 악기와 민족 악기의 음을 맞춘 뒤 같은 악보를 보며 연주하기 때문에 소리가 조화롭게 표현된다”고 설명했다.

북한에서는 1981년 김 위원장의 지시로 현 김원균명칭평양음악대학의 전신인 평양음악무용대학 등에서 조기 음악교육이 시작됐다. 이들 ‘음악 영재’는 국내 음악 대학을 졸업하면 개인별로 발표회를 열거나 유학을 다녀온 뒤 기량 평가를 받고 성적에 따라 전문교향악단이나 피바다가극단과 같은 종합예술단의 관현악단에 배치된다.

뉴욕필하모닉의 공연장인 동평양대극장은 2005년 내부를 고급 마감재로 새단장하고 최신식 음향 장비를 들여놨으며, 모란봉 극장도 지난해 6월 리모델링 작업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일반 주민들이 공연장에서 클래식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대중동원 행사를 제외하고 극히 드문 것으로 전해진다.

한 예술대학 출신 탈북자는 “클래식 공연은 예술단원들이 단체로 관람하는 경우가 많아 일반 주민들이 표를 구하기가 어렵다”며 “클래식을 공부하는 학생이나 애호가들은 오후 시간 TV에 나오는 녹화 방송을 보거나 새벽 2~3시에 나오는 라디오 방송을 듣곤 한다”고 전했다.

김철웅씨는 “교향악단의 정기연주는 주민들에게 개방돼 있으며 1~5원(북한 노동자 평균 월급은 3천원)원을 내고 티켓을 산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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