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조선노동당, 북한 인민을 영도하는 당으로 거듭나야”

진행 : 10월 10일은 북한의 당 창건 기념일입니다. 북한 당국은 매년 이날을 기념해 경축행사를 열거나 무력 시위 등을 통해 체제 우위를 선전 해왔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진행 중이고, 남한과도 교류협력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예년과는 좀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은 변화하는 정세 속 쌍십절을 맞아 북한 노동당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짚어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자리에 장성무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먼저 북한에서 10월 10일은 어떤 의미를 갖는 날인지부터 설명해주시죠.

북한 주민들이라면 누구라도 잘 알다시피 10월 10일은 조선노동당이 창건된 날입니다. 즉 북한 주민들이 세상에 부럼없게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향도해주는 어머니 당이 태어난 날입니다. 그런데 북한 당국이 1945년 10월 10일 당을 창건했다고 선전하지만 사실 이날은 조선공산당 서북5도 당책임자 및 열성자대회가 열렸던 날입니다. 그런데도 북한 당국은 이날을 조선노동당 창건일로 기념하고 있는데요.

평양시 중구역 련화동에 위치한, 현재의 ‘당 창건 사적관’을 가보면 왜 10월 10일이 당 창건일이라고 하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안에는 1945년 10월 10일 조선노동당 북조선분국이 만들어진 날이라는 것, 또 이후 1946년 4월 북조선공산당으로 명칭을 바꾸었고, 같은 해 8월 조선신민당과 합당하여 북조선노동당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남북한 단독정부 수립 후인 1949년 6월에 남조선노동당과 통합해 조선노동당으로 개칭되었다는 사실이 당창건사적관에 구체적으로 설명돼있습니다. 

진행 : 그렇다면 조선노동당의 위상과 역할은 지난 70여 년간 어떻게 달라져 왔나요?

위상과 역할을 논하기보다 조선노동당이 70년 동안 어떻게 변질되어 왔는가를 봐야 할듯 싶습니다. 당이 창건된 45년부터 60년대까지는 그래도 당의 조직구조도 그렇고, 당의 강령이나 정책, 노선을 정할 때는 당 대회나 당 전원회의를 통해 정하는 정도의 김일성 독단이 아닌 집체적인 토의가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당 강령, 당 규약에 어느 정도 맞게 진행해 왔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70년대 들어서서 김정일이 실권을 잡은 다음부터는 김정일의 방침이요, 지시요 하면서 당의 조직구조를 정상상태가 아닌, 남한의 조직폭력배, 깡패들이나 할 수 있는 권력 구조로 변질시켜 버렸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한심했으면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형식상이나마 정비한 것이 바로 이런 권력구조겠습니까?

그렇지만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도 역시나 김정일 시대와 바뀐 것이 특별하게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직도 김정은의 말 한 마디에 의해 당의 정책이나 노선이 정해지고 북한의 모든 것이 바뀌는 오늘과 같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만 봐도 겉으로만 달라진 것처럼 보여주지 않습니까? 그런 점에서 본다면 70여 년의 당의 역사는 한 마디로 조선노동당이 김정은 일가의 3대에 걸친 개인의 권력을 뒷받침하는 거수기, 허수아비 당으로 변질되는 수모를 겪고 온 나날들이었다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진행 : 인민을 대표한다는 당이 수령 개인의 명령을 집행하는 도구로 변질됐다는 평가입니다. 이 과정에 노동당원의 의미도 많이 달라졌다고 하죠. 과거에는 당원이 되려고 애를 많이 썼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하죠?

최근에 북한에서 들어오는 소식을 들어보면 정말 깜짝 놀랄만한 일들이 북한 내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습니다. 70년대, 80년대까지만 해도 그야말로 당원이 되기 위한 북한주민들의 처절한 몸부림이 절정에 달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특히는 2000년대 들어와서부터 지금은 북한주민 그 누구도 입당하겠다고 애쓰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아예 당원이 된 까닭에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주민이 늘어났다는 것이 더 충격적입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개인 회사들이 생겨나면서 당원을 받지 않고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당원 수에 따라 조직구성이 되는데 세포가 생기면 세포위원장이 있을 것이고 그러면 상당히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한편 당원이 개인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받겠다고 해도 종전에 다니던 공장, 기업소에서 당 이동증을 떼 주지 않기 때문에 갈 수가 없어 차라리 당증을 내놓겠다는 사람마저 생긴다는 것입니다. 이 정도면 예전에 입당 하지 못해 안달이 나던 시절은 영원히 사라졌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입당을 핑계로 북한주민들에게 충성을 강요하던 시대는 지나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행 :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부터 당내 의사결정 체계가 정상화 되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 어떻게 보십니까?

물론 완전히 마비됐던 당의 기능이 정상화되는 것처럼 외부에서 보면 보일 수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변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변화를 하자면 김정은 본인이 제왕처럼 누리는 권력을 내려놓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전혀 없지 않습니까. 오히려 더 강화되는 추세인데요. 김정일 시대때는 하지 않았던 당 대회나 당 전원회의를 열어 집체적인 토의를 거쳤다고, 그렇게 외부적으로 보이지만 그거는 제가 보건데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것은 김정은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독재 권력을 내려놓고 민주주의적 원칙에 의해서 물론 중앙집권적 원칙도 해당되거든요. 그렇지만 민주적인 절차또한 무시할 수 없거든요. 이렇게 노동당이 기능을 정상화 하지 않는 한 이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지 않느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진행 : 북한 주민들은 이 날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올해도 역시 당 자금 마련 명목으로 각종 상납을 요구해 주민들의 어려움이 컸다고 하는데요.

이번에 당창건을 기념해 충성의 당 자금을 모으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는 소식도 있던데요. 당창건, 공화국창건을 비롯해 2.16, 4.15 등 생일을 맞이해 충성의 외화벌이명목으로 기본이 금이에요. 금 1g을 바치라 그러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인민 회의에서 개가죽까지 바치라고 하니까 역시 70년대와 전혀 다를바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문제는 현재 북한주민은 70년대 그때 주민들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계속해서 북한 주민들을 향해 말도 안 되는 상납금을 요구하다가는 큰일 친다는 점 명심했으면 합니다.

진행 : 조선노동당이 북한을 장악한지 70년이 넘었습니다. 현재 21세기고 북한도 변화가 필요한데요, 앞으로 조선노동당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시나요?

당연히 당이 변하려면 예전처럼 그 누구의 입만 대변하는, 허수아비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또 그 한 사람만을 위한 당이 아닌 전체 북한주민을 영도하고 향도하는 지도적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건 자명한 일입니다. 그러자면 방금도 말했지만 1인 독재를 과감히 청산하고, 민주적인 정당으로 체제를 과감하게 바꾸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진행 : 네. 지금까지 북한 노동당 창건 기념일과 관련해 장성무 기자와 이야기 나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