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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레프트 성향의 지식인 모임인 좋은정책포럼(공동대표 김형기·임혁백)이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새로운 진보의 규칙은 “국가안보를 중시하고, 북한주민의 인권 보장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속가능한 진보’를 표방하고 있는 좋은정책포럼이 창립 2주년을 맞아 28일이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김형기 공동대표(경북대 교수)는 기조발제를 통해 “진보의 위기다. 진보세력은 국민들로부터의 신뢰를 얻는 것이 급선무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진보세력 진단에서 “진보적 인권운동단체의 경우 북한인권에 관해 침묵하고, 민주단체의 경우 북한의 민주화에 대해 외면함으로써 그 운동의 정당성 획득에 실패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 진보는 ‘주권이 인권에 우선한다’는 북한당국의 주장에 대해 ‘보편적 인권은 주권에 앞선다’는 논리로 비판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또한, 한국 노동운동에 대해 “아직 대량생산경제에 대응한 임금투쟁, 파업투쟁이 중심이다”며 “지식기반경제에 대응하여 숙련형성과 지식향상을 통한 노동자의 고용가능성을 높이는 새로운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전교조의 국민적 신뢰 추락 원인에 대해선 “초기 촌지철폐, 인간화 교육 등 참교육을 위한 운동에서 점차 이념과잉과 정치과잉, 교육 공급자 중심사고”때문이라 분석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최근 종복주의를 비판하며 분당한 진보진당의 ‘평등, 생태, 평화, 연대’ 가치에 대한 평가에서 “여전히 반글로벌화적이고 수평적 평등주의를 지향하고 있고, 지속가능한 진보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북한 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미동맹의 공고화를 토대로 동북아 국제평화질서를 확립해 국가안보를 실현하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했다. 신 보수를 향해선 “환경오염, 질병, 범죄, 테러 등으로부터의 국가안보라는 ‘비전통적 안보’ 실현을 주요 의제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진단에 기초해 김 교수는 새 진보의 페리다임을 ‘자율’, ‘연대’, ‘생태’로 제시했다.
자율은 “노사, 시민, 기업, 대학 등에서 자율이 실현돼야 한다”며 “자기결정권을 가지면서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연대는 “삶의 질 격차를 줄여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가 실현되는 것”이라며 “임금평준화를 실현하려는 연대임금정책은 동질적인 탈숙련 노동자가 중심을 이루었던 대량생산경제에서는 합리성을 가질 수 있었지만, 이질적인 숙련 노동자 혹은 지식노동자가 수요되고 있는 지식기반경제에서는 불합리한 정책이 되어 버렸다”고 했다.
이어 “노동자들 내부의 숙련격차, 지식격차가 확대돼 있는 상태에서 과정의 불평등을 시정함이 없이 결과의 평등을 추구하는 연대임금정책은 연대를 실현하는 정책으로서는 유효성을 상실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생태는 “생태계를 보전하고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녹색기술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실현하는 것”이라 설명하며, “하지만 자연과 인간의 공생을 넘어서서 생태의 가치를 일면적으로 절대화하는 ‘생태 근본주의’와는 다르다”고 차별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어진 토론에서 패널로 참여한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신진보를 얘기하기 힘들다”며 “87년 민주화운동이후 20년을 현재 진보운동의 역사라 할 때 New와 Old를 구분하기 힘들고, 김 대표가 제시한 신진보의 규칙은 뉴라이트(New-right)와 너무나 흡사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 앞서 뉴라이트 성향의 한반도선진화재단 박세일 이사장이 축사를 했다.
박 이사장은 “가치, 철학 등 우리 사회의 중심 가치가 흔들리고 있고, 공론이 정립되어 있지 않아 사회적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며 “구진보, 구보수세력이 이루지 못한 일을 이제 새로운 진보, 새로운 보수가 철학과 이념에 기초한 가치를 만드는 일은 우리 사회발전에 중요한 일이다”고 했다.
좋은정책포럼은 2006년 1월 신진보를 표방하고 창립되어, 2008년 현재 140여명의 대학교수들로 구성돼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