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드 라이트와 올드 레프트의 대립의 자리에 뉴라이트-뉴레프트의 이론 대결 구도가 들어설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양 진영의 이론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접점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개최됐다.
29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사회 어디로 가야 하나’ 토론회에 참석한 좌우 진영의 학자들은 북한인권문제, 한미동맹, 대북정책을 포함해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정치, 경제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한국선진화포럼>(이사장 남덕우)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는 뉴라이트 계열로 분류되는 ‘교과서포럼’의 박효종, 전상인 서울대 교수와 뉴레프트 계열로 분류되는 ‘좋은정책포럼’의 임혁백 고려대 교수, 김형기 경북대 교수가 참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북한인권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공히 인정하면서도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의견 차이를 보였다.
뉴라이트 “대북정책, 포용과 압박 병행해야”
<교과서포럼> 박효종 교수는 ‘선진 정치 및 미래를 위한 국가 아젠더’를 발표하고 “기존 진보주의자들은 압박보다 포용, 인권보다 공존, 주민보다 체제를 우선했다”면서 “화해와 포용을 추구하면서 인권개선을 위한 압박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인권과 주민복지는 양보할 수 없는 가치”라며 “북한 집권층과 경제협력을 하면서도 주민생활복지가 향상되도록 압력을 가하는 정책을 추구하는 것이 균형잡힌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진보주의의 저변에 흐르고 있는 통일만능주의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통일은 자유와 인권을 북한으로 확대, 실현되는 과정이며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햇볕정책”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 주민의 복지와 인권 향상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으며, 시급히 북한의 실질적인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박교수의 주장. 또 남한의 통일지상주의로 인해 북한의 민주화가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뉴레프트 “北인권실현 중요하나 포용이 먼저”
이에 반해 <좋은정책포럼> 임혁백 교수는 ‘지속가능한 진보의 대안’을 발표하고 “북핵과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동북아안보공동체’가 결성되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북한을 안보공동체에 끌어들이기 위해 대북포용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임교수는 “미국은 북미관계 정상화, 군사적 수준에서 북한체제 보장, 대북경제봉쇄를 해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북화해협력정책의 지속성과 일관성은 북한의 신뢰를 얻기 위해 필요하다”며 “남한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대북포용정책이 유지될 것이라는 확신을 북한에 심어주어야 신뢰가 구축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인권문제와 관련해서는 “한국이 국가보안법의 개폐와 같은 내부의 인권문제 해결에 선제조치를 취한 뒤, 국제사회와 연대하여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할 경우 북한이 받는 압력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 교수의 주장은 남한과 미국이 대북포용정책을 펼쳐야 미북, 남북 간의 신뢰가 구축될 것이며, 구축된 신뢰를 바탕으로 북핵, 인권문제가 해결 될 수 있다는 것.
뉴라이트 – ‘국익’ vs 뉴레프트 – ‘지속가능한 평화’
한편 한미 동맹의 필요성에 대해 양 진영은 실사구시적 입장을 견지했다.
박효종 교수는 “미국에 대해 ‘보호자’냐 ‘억압자’냐 하는 이분법적 접근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며 “기존 존재하는 한미동맹을 통하여 한국의 국익과 민족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반도 주변에 강대국들이 엄존함으로써 한국이 고립된 상태로 자주와 독립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우회’하기보다 한미동맹을 ‘통해’ 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임혁백 교수는 “미국만이 북한정권의 생존을 보장해 주고, 북한의 경제재건을 위한 국제적 협력과 지원의 열쇠를 쥐고 있다”면서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해 남북협력(민족공조)과 한미협력(한미공조)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6자회담에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 미국과 북한에 신임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신임을 받기 위한 전제 조건은 “강력한 한미 동맹을 구축”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자주세력’과 선을 긋는 주장이다.
<선진화포럼> 남덕우 이사장은 “보수와 진보 진영간의 진지한 대화가 이념 갈등의 골위에 대화와 토론의 가교를 건설, 선진한국으로 가는 길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토론회 개최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 ▲박정희식 경제성장 ▲양극화 문제 ▲성장과 분배 문제 ▲국가경쟁력 강화 문제 등에 대해 상반된 의견이 제기돼 좌우 진영의 상당한 시각차를 좁히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김용훈 기자 kyh@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