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엣가시’ 하태경 활동 위축시키려 식칼 협박”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에게 또다시 흉기와 협박문이 2일 배달됐다. 지난 10월 중국 선양발(瀋陽發) 해골 모양의 보라색 가면과 ‘죄값(죗값의 오기) 받겠다’ 등 협박 문구가 들어있는 흰색 와이셔츠가 담긴 소포가 전달된 데 이어 이번에는 식칼과 함께 “천벌이 내릴 것”이라는 협박문이 의원실로 배달됐다.


이날 배달된 협박문에는 ‘민족반역자처단투쟁위원회’라는 명의로 “시궁창 같은 더러운 주둥이를 함부로 놀려 민족의 존엄에 도전하는 하태경 네놈에게 천벌이 내릴 것”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두 달 새 하 의원에게 동일한 유형의 협박문이 두 번이나 배달돼 이례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번 협박문 배달이 누구 소행이냐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지령을 받은 간첩이나 국내 종북(從北)세력 소행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배달된 문서에 적힌 “민족의 존엄”이라는 표현은 북한에서 주로 사용되는 용어다.


하 의원은 그동안 ‘이석기 내란음모’ 사태 등 남한 내 종북세력의 실체를 폭로하는 데 앞장서왔고, 최근 논란이 일었던 ‘이외수 천안함 부대 강연’ ‘대구대 교수 ‘탈북자 사형’ 발언’ 등에 대해서도 강력히 비판한 점 등을 문제 삼아 이 같은 소포가 배달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하 의원에게 소포가 전달된 이후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해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북과 연결된 조직출신’이니 뭐니 하며 통합진보당의 핵심성원들을 ‘종북세력’으로 앞장섰던 것도 하태경”이라면서 “온갖 못된 짓만 골라하는 반역당 패거리들에게 차례진 응당한 봉변”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직접 지령을 내렸거나 아니면 국내 종북세력들 등이 북한체제에 대해 비판하거나 북한인권 관련 인사들에 대한 심리적 압박으로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체제의 ‘아킬레스건’을 짚어 내는 이들의 활동을 눈엣가시로 여겨 비난과 협박 등 다양한 수단을 강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


송봉선 고려대 교수는 3일 데일리NK에 “수사결과를 봐야 더 정확하겠지만 ‘민족의 존엄’이라는 북한 말투로 봤을 때 한국 내에서 활동하는 북한 공작기구 225국 같은 곳에서 이런 일을 벌였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들은 황장엽 선생님을 위협했던 것처럼 북한을 비판하는 세력들의 활동을 위축하기 위해 이런 일들을 벌여왔었다”고 말했다.


이어 송 교수는 “북한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이런 협박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는 논리에 일종의 경종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한국 사회는 이런 협박활동에 상당한 경계를 가지면서 북한이 강하게 나오면 더욱 힘 있게 활동하면 되고 절대 위축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북한인권 관련 인사들은 이런 협박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하 의원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런 비겁한 협박으로는 본 의원을 포함한 북한인권 활동가들의 의지를 절대로 꺾을 수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북한인권 개선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더욱 강화시켜줄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도 “최근 북한 대남용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로부터 ‘북한인권영화제’ 개최 등으로 많은 위협을 받고 있다. 이제는 그런 도발위협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면서 “북한 독재집단이 오히려 우리들이 하고 있는 ‘북한민주화’ 활동에 대해서 평가해 주는 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위협은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다. 2006년에는 고(故)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앞으로 협박용 도끼와 피 묻은 사진 등이 담긴 상자가 배달됐었고 2000년 ‘북한민주화네트워크’는 북한 연호 ‘주체89년 12월 19일’로 표기된 죽은 쥐 목에 이름이 걸린 협박 편지를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