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흘리지 말라우, 시간없어”

“눈물 흘리지 말라우. 시간없어”

24일 이뤄진 제2차 남북이산가족 화상상봉에서 남측 가족을 찾았던 북측의 윤규식(74)씨는 화상연결 직후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에 모인 가족들이 감격에 북받쳐 흐느끼자 이 같은 말로 침체된 분위기를 바꾸며 대화를 주도했다.

윤씨는 남측의 여동생 원숙(73)씨를 보고 “네가 원숙이냐. 옛날 모습이 그대로 있구나. 건강한 모습보니 마음이 놓인다”고 말한 뒤 남측 가족들이 건강을 묻자 주먹을 불끈 쥐고 팔을 들어 보이는 등 노익장을 과시했다.

원숙씨가 막내 춘자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전하면서 울먹이자 윤씨는 “절대 눈물 흘리지 말라. 이야기할 시간없다”며 “우리 만날 날까지 건강하게 지내자”고 말했다.

아버지, 어머니 소식을 전해달라는 윤씨의 물음에 원숙씨가 “아버지는 오빠 떠난 뒤 2년만에, 어머니는 30년 전에 돌아가셨다”고 하자 윤씨는 “임종을 누가 지켜봤느냐”며 묻고는 말을 머뭇거리며 고개를 떨궜다.

원숙씨가 “부모 묘소의 벌초는 사촌 동생이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고 전하자 윤씨는 “다 보답하겠다. 통일이 빨리 돼야 할텐데…”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윤씨는 남측 가족들이 가족관계를 묻는 질문에 “남자 3명에 여자 3명, 모두 6남매”라고 말한 뒤 “대는 튼튼히 이어가고 있다”고 웃으며 큰 소리로 말해 상봉장면을 지켜보던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양복차림에 5-6개의 훈장을 가슴에 달고 아들과 함께 나온 윤씨는 호쾌한 언변에다 간간이 가벼운 농담까지 해 대화를 편하게 이끌어 나갔다.

화상대화 뒤 원숙씨는 “오빠가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지난 8월 북측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와 모든 식구들이 깜짝 놀랐다”며 “건강한 모습을 보니 감격스럽기 그지 없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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