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끄는 2020년 남북경제공동체 구상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이 최근 잇따라 2020년 남북이 경제공동체를 건설할 것이라는 비전을 밝혀 실현 가능성과 배경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장관은 16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 이어 17일 인천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민주평통 인천지역회의 주최의 한 포럼, 그리고 19일 금강산 관광 7주년 기념식장에서 잇따라 2020년까지 남북 경제공동체를 건설해야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23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 포럼’ 강연에서 “2020년 우리는 남북 경제공동체로 가야 한다는 게 나와 정부의 구상”이라고 재차 강조하고 “그 방법론은 평화경제론인 만큼 평화를 위한 경제, 경제를 위한 평화가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남북경제공동체 개념은 노태우(盧泰愚) 정부 시절인 1989년 9월 남북 통일방식으로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제시된 뒤 1990년부터 본격 등장한 것으로, 새로울 것이 없지만 정 장관의 발언이 눈에 띄는 것은 2020년이라는 시기가 제시됐다는 점이 눈에 띄고 있다.

목표 시기가 2020년으로 설정된 배경은 명료해 보인다.

정 장관은 19일 금강산에서 행한 연설에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이 2020년까지 역내 관세장벽, 투자장벽을 없애고 경제자유지대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상기하면서 “적어도 2020년까지, 아태지역 자유경제 지대가 되기 전까지 남북사이에 민족경제공동체를 건설해야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아태지역에 경제자유지대가 구축되는 2020년을 계기로 남북 역시 그 이전에 경제공동체를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공동체가 갖는 의미 역시 결코 적지않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지난 2월 부산대 경영대학원 초청으로 열린 최고 경영자대상 특강에서 “꼭 정치적, 영토적 통일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면서 “남북한의 자유로운 왕래가 보장되고 군사적인 대결이 사라진 ‘경제공동체’ 수준도 통일과 같은 개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공동체가 사실상의 통일을 의미한다는 것이며 이 같은 평가에는 여야가 다르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2020년까지 이처럼 통일과 다를 바 없는 경제공동체를 남북이 건설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정 장관은 23일 연설에서 “유럽연합(EU)의 선례가 우리의 타산지석이 될 것”이라고 전제한 뒤 “1950년 프랑스 슈만 외무장관이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통해 평화를 만들자고 한 제안이 유럽 통합으로까지 이어졌다”며 평화경제론을 강조했다.

그는 앞서 금강산에서 “남북 경제협력에는 이미 관세 장벽이 없다”면서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호혜적인 산업협력을 확대하고 교통.물류, 에너지, 통신의 3대 SOC(사회간접자본) 협력을 통해 경제공동체의 기반을 닦아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개성공단 사업, 동해.경의선 철도.도로 연결사업, 금강산 관광 등 3대 남북 경협사업이라는 든든한 바탕을 굳건히 다지고 올해 남북이 합의한 농업, 경공업, 지하자원, 수산업, 과학기술 분야의 협력을 확대.발전시켜 나가자는 것이 평화경제론이며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경제공동체 건설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구상인 셈이다.

특히 이 가운데 우리측이 북핵문제 해결 방안의 하나로 제시한 대북송전 사업 역시 경제공동체 건설에 지대한 역할을 하게될 것이란 점은 의심할 바 없어 보인다.

결국 대북송전이 북측의 핵폐기 과정과 맞물려 진행될 것이란 점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돼야 경제공동체도 가능하다는 얘기로,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 공동번영을 기약할 수 있는 ‘사실상의 통일’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다는 구상인 셈이다.

정 장관의 이 같은 구상이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은 희망을 갖게 하는 요인이다.

이 같은 조짐이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개국이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명시한 ‘9.19 공동성명’에 합의함으로써 가시화됐음은 물론이다.

정 장관은 금강산 연설에서 2020년 경제공동체 건설이 “꿈같은 얘기가 아니고 우리 앞에 주어진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목표이자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비전과 목표는 당장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암초에 걸렸다. 이런 야심찬 구상을 추진해 나가기 위해 마련한 내년도 남북협력기금 운용안이 야당의 반대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현재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통일부는 신청했던 내년도 남북협력기금 2조6천334억 중 절반에 가까운 1조2천200여억원을 삭감해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황이 어럽자 통일부는 22일 기자 브리핑을 열어 협력기금 확대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정부 입장이 그 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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