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끄는 부시 대통령의 `외교적 해법’

“강력한 규탄 속에 함축된 또 다른 의미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9일 오전(워싱턴 현지시간) 발표한 북한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하는 대북 성명의 내용을 분석하는 외교 전문가들은 ’외교적 해법’의 의미를 흘려버리지 않았다.

북한의 핵실험을 ’세계 평화와 안전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유엔 안보리의 즉각적인 대응을 촉구하면서도 “미국은 외교적 해법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부시 대통령의 성명은 북한의 태도 여하에 따라 이번 사태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물론 이날 부시 대통령의 성명이 주안점을 둔 것은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대한 경고였다.

그래서 그는 “미국은 이러한 도발적 행위를 규탄한다”거나 “미국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 ”된다는 강경한 내용을 성명 곳곳에 담았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성명이 격앙된 국제사회의 반응을 배경으로 해서 초강경 내용으로 점철될 것으로 예상한 관측통에게는 다소 당혹스럽게 다가서고 있다.

평소 북한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을 가져온 부시 대통령이기에 이번 성명은 “예상보다는 차분하다”는 전문가들의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런 흐름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더욱 극적으로 드러난다.

부시 대통령은 통화에서 ▲미국은 절제되고 침착한 태도로 대응하고 ▲국제사회의 평화의 파트너들과 협의하되, 특히 한국과의 협력이 가장 중요하며 ▲미국은 유엔의 협조가 중요하고 현재 유엔에서의 논의를 지지하고 있다는 이른바 미국의 3가지 대응방향을 제시했다고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여기서 주목되는 부분은 ’절제되고 침착한 태도’와 ’국제사회의 평화의 파트너들과 협의’이다.

이는 노 대통령이 북한의 행위에 대한 ’대단한 실망’을 언급하면서도 “침착하고 차분히 전략적으로 잘 조율된 대응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과 맥이 닿아있어 보인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즉응하는 것 보다는 좀 넓게 보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이날 통화는 어떻게 보면 그동안 대북 정책을 놓고 강경(미국)과 온건(한국)으로 갈려있던 한미 양국이 북한의 핵실험 강행을 계기로 마치 한목소리를 낸 듯한 느낌마저 던져주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 관계자들은 “북핵 사태는 그동안 끝 모를 나락에서도 새롭게 희망의 의지를 되살리곤 했다”면서 “최악의 상황에서도 타협의 여지를 남기는 것이 외교”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한미 양국은 오래전부터 협상에 의한 북핵 사태 타결 용 트랙과 압박과 제재를 통한 북한 사태 대응 트랙을 구분해 두가지 갈래의 해결방안을 모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부시 대통령이 강력 규탄 속에 담은 외교적 해결 의지는 한미 양국이 ’잘 조율해온’ 결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핵실험을 강행하긴 했지만 여전히 외교적 해결 가능성이 남아있다면 결국 선택은 북한에 달려있다.

서울의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지만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핵 이전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수적이고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따라서 북한이 극적인 태도 전환을 선택할 경우 북핵 사태는 여전히 해결의 희망이 남아있다고 본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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