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적인가” 美의원 발언과 국내시각

정부 당국은 11일 헨리 하이드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장(공화)이 10일 “한국은 누가 적인지 분명히 말하라”고 주장한 데 대해 “의원 개인의 의견일 뿐”이라며 직접 대응은 삼가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또 그의 이 같은 발언이 공화.민주할 것 없이 북한의 `2.10 핵무기 보유 성명’을 계기로 미 의회의 기류가 강경해지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 보고 다소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통일.외교.국방부 당국자들은 하이드 위원장이 2004년도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겨냥한 `주적’ 개념을 삭제한 것을 비판하고 나선 데 대해서는 “사실관계에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한 목소리로 반박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와 달리 국내 전문가들 대부분은 “피아를 구분하는 식의 인식은 한국은 물론, 미국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강한 톤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통일부 당국자는 “의원 차원의 언급일 뿐”이라며 그 의미를 축소한 뒤 “다만 사실들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2004년도 국방백서의 `주적’ 개념 삭제와 관련, 그는 “주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주된 위협’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한미동맹의 근거를 확실히 하고 있다”며 “여기에다 북핵문제에 대한 한미간의 입장을 동일하고 대북지원 등에 대해서도 한미 외교당국간의 협의는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 당국자도 “그 분의 개인적인 견해로 보며, 그 발언에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뒤 “국방백서에 적시된 ‘군사위협’은 ‘주적’을 다르게 표현하는 용어다. 세계의 어떤 나라도 ‘주적’ 개념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방부 당국자는 “세계적으로 국방백서나 이와 유사한 문서에 ‘적’을 명시한 사례가 없고 남북교류협력과 군사적 대치를 병행해야 하는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이중성을 고려해 그 같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주적은 정서적인 개념일 뿐 안보전략을 짜는 사람들이 쓰는 말은 아니다”라며 “북한의 2.10 성명 이후 한국과 미국내 대북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그의 비판적인 의식이 표출된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기정 연세대 교수(정외과)는 “전체주의 국가가 아닌 이상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는데 미국은 여전히 냉전시대의 피아구분 인식으로 한국을 보는 경향이 있다”면서 “미국은 1민족 2국가의 독특한 정치체제인 한국사회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북한의 연착륙과 핵문제 해결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북한과 대결구도를 만드는 것이 한국은 물론, 미국에게도 과연 유리한 것인지 스스로 자문해 봐야 한다”며 “남북경협도 대북 포용정책 기조의 유지 차원에서 나온 것이며 이를 포기하고 봉쇄정책으로 전환한다면 한반도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문제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익명을 전제로 “하이드 위원장이 주적삭제 문제를 거론한 것은 미 국가안보관계자들의 다수 의견을 반영한 게 아니라 개인 의견으로 봐야 한다”며 “미국인 다수는 ‘주적삭제’를 곤혹스러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일본의 신방위대강도 중국과 북한을 `주적'(principal enemy)이 아닌 ‘주된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을 사례로 들기도 했다.

이어 그는 “발언 내용 중 주목되는 것은 ‘서울에서 오는 혼란스런 신호’ 부분으로 이는 북핵 대응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자세가 확고하지 못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한국이 어떤 신호를 보냈기에 혼란스러운 지 따져봐야 하는데 한국에 대해 평소의 불만을 피력하는 것 역시 지금은 타이밍이 적절치 않다”고 꼬집었다.

남북경협과 관련,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미주연구부장은 “미국 정부의 기본 입장은 북핵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전까지는 개성공단의 경우 시범단지의 수준을 넘는 프로젝트(본단지 개발 등)의 확대는 곤란하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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