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이 지난달 30일 1만여 자(字)에 달하는 ‘정론’을 통해 김정은이 ‘인민’을 중시하는 리더십을 소유한 지도자라고 선전했다. 친인민적 지도자라는 것을 부각시켜 식량난 등으로 고조된 주민들의 불만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노동신문은 이날 ‘그이와 인민’이라는 정론을 통해 ‘인민’ 72회, ‘인민제일’ 5회, ‘인민사랑’ 2회 등의 단어를 사용하면서 김정은의 인민친화적인 모습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이와 함께 ‘인민 최우선’ ‘(김정은의) 인민절대 복무정신’ 등의 단어도 사용됐다.
특히 김정은이 인민들을 배려해 김정일의 부고를 사망일(17일) 이틀 후인 19일에 알리도록 하는 지시를 내렸다고 선전했다. 신문은 “김정은이 ‘내일 18일은 일요일입니다. 이 사실을 알면 우리 인민들이 휴식을 못하고 온통 눈물바다가 될 것입니다. 서거와 관련된 중대보도는 월요일에 내보내야 할 것입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그렇게 피눈물 삼키시면서 인민의 휴식을 지켜주신 그이, 온 나라가 위대한 어버이를 잃은 것도 모르고 쉬고 있을 때 오직 혼자서 그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을 감당하신 우리의 김정은 동지이시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정은의 첫사랑은 인민”이라고 강조하면서 “그이께서는 인민최우선, 인민절대의 복무정신을 혁명의 최고원칙으로 세워주시고 발이 닳도록 인민을 위해 뛰고 또 뛰어야하며 인민을 가슴에 품어안고 이끌어 주어야 한다고 절절히 당부하신다”고 선전했다.
북한이 ‘뛰는 지도자’ ‘인민을 사랑하는 지도자’ ‘인민을 섬기는 지도자’ 등 김정은의 ‘서번트 리더십(섬기는 리더십)’을 강조하는 것은 대중친화적인 모습을 연출해 충성심 고취뿐 아니라 김정은에 대한 주민들의 연민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일 시대에는 최상층의 지도자가 인민들에게 은혜를 베푼다는 수직적 리더십이 설정돼 있었지만 김정은은 집권시작부터 수평적인 이미지를 강조해왔다”면서 “인민들을 위한 정책은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표면적으로라도 친(親)대중적인 모습을 강조해 인민들의 불만을 해소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북한이 현재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도자는 인민을 위해 노심초사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오랫동안 지속돼온 북한의 경제난과 최근의 황해도 기근 등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불만을 무마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