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對北인권 파고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대북(對北)인권 파도는 2006년에도 핵문제와 함께 북한에게는 풀기 어려운 숙제로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은 12월17일 열린 총회에서 대북 인권결의안을 찬성 88, 반대 21, 기권 60으로 가결시킴으로써 인권문제는 이제 북한 당국도 결코 외면할 수만은 없는 국제사회의 현안으로 자리잡게 됐다.

네오콘으로 상징되는 미국의 대북 강경파는 인권을 금융제재와 함께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양날의 칼’로 인식하고 자국 인권 상황에 대한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세의 고삐를 여전히 늦추지 않고 있다.

2004년 10월 미국에서 발효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미국 프리덤하우스가 국무부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12월초 서울에서 대규모 ‘북한인권대회’를 개최하고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까지 가세해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내놓은 것도 미국 내부에서 대북 강경파가 주도권을 회복한 최근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유엔에서 대북인권결의안 통과를 주도한 유럽연합(EU)이 꾸준히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데다 일본도 자국민 납치문제와 관련, 피해자의 입장을 적극 부각시키며 북한을 고립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도 이제 ‘북한 인권’은 해결 방식을 둘러싸고 극명한 시각차를 노정하고 있지만 보혁(保革) 양대 진영의 공통 관심사로 자리를 잡으면서 내년에도 뜨거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의 2006년은 3, 4중의 ‘인권파도’에 휩쓸리면서 체제 내구력 을 검증받는 시험 기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외부의 인권개선 압력을 체제 고립.압살 책동과 주권침해로 간주하고 있는 북한은 그간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 사회의 문제 제기에 반발 위주로 대응했다.

중국 역시 1990년대 미국의 인권개선 압력을 내정간섭으로 간주하고 반발했던 사례에 비춰보면 북한의 반응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었다. 특히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12월19일 담화에서 “오늘 미국의 악랄한 인권소동 앞에서 우리가 다시금 찾게 되는 교훈은 인권이자 국권이고 인권옹호는 곧 국권수호”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외부의 인권 공세에 강력히 반발하는 한편 이라크 포로학대 파문 및 동유럽 비밀수용소 운영 등 미국의 인권 문제를 집요하게 거론하면서 국면 전환에 주력하는 양상이다.

리용호 영국 주재 북한 대사는 이와 관련, “EU가 미국의 인권기록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하고 “미국의 인권탄압을 규탄하는 유엔 결의안을 제안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북한이 인권문제와 핵문제의 연계전략을 모색하는 제스처를 시사하면서 6자회담의 향배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북한 외무성이 19일자 담화를 통해 “미국이 핵문제와 인권문제를 구실로 우리를 고립 압살하기 위한 적대시 정책을 강화할수록 우리는 핵무기 억제력을 포함한 자위적 국방력을 더욱 굳건히 다져나가는 것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이는 북한이 6자회담의 거취에 대해서는 의사 표명을 자제하는 대신 미국을 겨냥해 인권을 빌미로 한 대북 압박이 핵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부작용’을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근 북한이 남북 당국 간 회담에서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 해결에 대해 이전에 비해서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EU와도 인권 대화를 지속하는 방식으로 명분을 쌓아 국제적 고립 탈피를 시도하는 선별 대응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한편 대북 인권개선 압박이 핵문제와 맞물려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서는 압박 일변도의 강경책만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북한 체제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외부에서 짓누르면 누를수록 북한의 지도부는 이른바 ‘체제 보위’ 차원에서 주민에 대한 통제 및 동원을 강화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11월 체제 유지 기구인 ‘전국 검찰.재판 일꾼 대회’와 12월 전국 인민보안일꾼 열성자 대회를 개최하고 “제국주의자들의 사상.문화적 침투 책동을 단호히 배격하자”고 다짐했고, 전사회적으로 반미계급교양을 강화하면서 내부 결속에 나섰다.

결국 대북인권 압박은 ‘체제 수호’를 내세워 북한 당국이 주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함으로써 오히려 인권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북한은 인권문제에 대해 대외적으로 대응 수위를 높여가면서 내부 단속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북한의 화두는 외부의 인권공세를 막기 위한 사회기강 확립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체제붕괴를 북한인권 문제를 궁극적 해결책으로 보는 시각이나 북한에 인권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문제를 회피하는 논리는 북한 인권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내년에는 양 극단을 배제한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해법이 모색돼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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