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지원 한창 때 오이냉국 등장하면 주민들은…

진행 : 매주 북한 경제 상황을 알아보는 ‘장마당 동향’ 시간입니다. 더위로 주민들이 약간 지쳐 있기도 했었는데 엊그제 내린 비로 싱그러움을 다시 맛보게 됐습니다. 오늘은 이 시간에는 더위와 관련한 북한 주민들의 일상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자리에 강미진 기자 나와 있습니다. 강 기자 관련 소식 들어볼까요?

기자 : 네. 참 많이 덥죠? 이경주 아나운서도 더우면 아이스크림으로 더위를 날려 보내겠지요. 저는 아이스크림보다 집에선 시원한 오이냉국을 연하고 새콤하게 타서 마신답니다. 휴일이면 집에서 오이냉국을 마시면서 딸애에게 하는 말이 있는데요, 북한서는 꿀맛 같았는데 시원한 맛만 있고 정말 포전에서 마시던 꿀맛 같은 오이냉국 맛을 느낄 수가 없다고요. 힘들게 허리를 굽히고 땀을 흘리면서 일을 하다가 송송 썬 오이채가 동동 뜬 오이냉국을 한 모금 들이키면 정말 꿀맛이었거든요. 서늘한 집에서 쉬면서 마시는 오이냉국은 아무리 맛난 재료가 많이 들어갔다고 해도 어떻게 그 맛을 낼 수 있겠어요. 북한 주민들은 오늘도 농촌동원과 건설동원으로 온몸이 땀범벅이 됐을 테지요. 힘들게 일할 때 냉수도 꿀맛인데 오이냄새가 가득한 냉국이야 더 말할 수 없는 맛이죠.

진행 : 네, 북한 주민들이 더울 때 까까오나 단물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그런 줄만 알았는데 오이냉국도 주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네요, 오이냉국은 한국에서도 즐겨 먹는 것인데 북한 주민들도 오이냉국을 많이 먹고 있네요?

기자 : 네, 북한에선 요즘 농촌동원이 한창인데요, 거리가 가까운 지역도 있지만 대부분 도시락을 싸들고 동원을 나가게 됩니다. 점심때쯤 되면 순번제로 정해진 후방조에서 새콤달콤하고 시원한 오이냉국을 한가득 담아가지고 현장에 나타나게 되는데요, 주민들은 흙먼지에 땀을 씻을 새도 없이 오이냉국을 맛보느라 여념이 없답니다. 정말 숨이 딱 막히는 더위 속에 엎드려서 일을 할 때면 시원한 개울에 발을 잠그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거든요. 그런 생각이 절정에 오를 때쯤 작업현장에 오이냉국이 등장하면 주민들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아한답니다.

진행 : 사실 한국에서는 비닐하우스가 일반화되어 있어서 사시사철 싱싱한 채소를 맛볼 수 있어요. 하지만 북한은 그렇지도 않은데, 지금 오이를 수확할 시기가 아니지 않나요?

기자 : 아닙니다. 북한의 고산지대인 양강도에서도 지금 일찍 심은 오이가 나오거든요, 평안남도 지역에서도 대량으로 생산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오이 가격은 다른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는데요, 왜 그런지 짐작 가시죠? 더운 날씨에서 일을 하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더위를 달래려고 오이냉국을 자주 먹다보니 수요가 급등하게 되는 거죠, 그러다보니 자연히 장마당에서 오이 가격은 별 차이 없이 판매되고 있다고 합니다. 저도 이맘 때 첫물 오이를 따서 장마당에 넘겨주던 생각이 납니다. 텃밭이 커서 생산되는 채소들을 바로 먹기 힘들어 소금에 절여두기도 했답니다. 오이를 늦게 심은 집들에 가져다주기도 했구요. 저희 집 오이가 끝날 무렵쯤엔 그런 집들에선 한창이어서 그 때 가져다 먹기도 한답니다.

진행 : 언젠가 여름철 장마당에서도 오이냉국이 팔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요, 농촌동원에 대부분 주민들이 참가하다보면 시장에서 오이냉국 판매가 잘 안될 수도 있겠네요?

기자 : 웬걸요, 그래도 오이냉국은 시장에서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시장 상인들의 수만 해도 수백 명이 넘기 때문에 오이냉국의 인기는 여전하답니다. 여기서 특별히 향이 진하게 나는 오이가 있는데요, 그런 오이로 냉국을 만들면 더 잘 팔리게 되는 거죠. 품종이 기억나는 것은 가시오이였었는데요, 오이향이 더 좋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진행 : 까까오도 한여름 인기상품이라고 하는데요, 까까오 판매 현황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기자 : 네, 까까오는 여러 가지 재료로 만들게 되는데요, 재료에 따라 가격이 다릅니다. 저와 가까운 한 친구가 까까오를 만들어 장사꾼들에게 도매를 주기도 했는데요, 이따금 놀러갔다가, 혹은 일이 있어서 갔다가 눈 너머로 살짝 훔쳐 본 적이 있는데요, 찹쌀가루로 풀을 쑤어서 설탕을 넣어서 골고루 저어 주더라구요, 그리고 분말로 된 하얀 가루도 살짝 넣어서 저어주었는데 우유가루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렇게 다 완성된 재료를 식힌 다음 까까오를 얼려내는 자그마한 알루미늄 통에 적당한 양으로 넣어주고 봇나무로 만들어진 까까오 손잡이를 하나씩 꽂거든요, 그런 다음 큰 플라스틱 통에 세워 넣어서 냉동실에(북한에서는 극동기라고 한답니다) 넣어 얼린답니다. 냉동실에 들어간 지 두 시간이면 충분히 어는데요, 아침 7시 경이면 까까오 장사꾼들이 와서 가져간다고 합니다. 팔리지 않아 녹아버린 까까오는 다시 가져다 극동기에 넣어서 얼린 다음 다시 장마당에 나가기도 한다고 하는데요, 전기가 정상적으로 공급되지 않아 늘 속상해하던 그 친구가 생각납니다.

진행 : 찹쌀가루로 만든 까까오 맛이 어떤지 궁금한데요?

기자 : 네, 제가 맛본 찹쌀로 만든 까까오의 당시 맛을 이야기하라면 맛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요, 한국에서처럼 여러 가지 아이스크림이 있는 것에 비하면 북한은 가지 수가 몇 개 없거든요, 그나마 지금은 북중 무역이 활성화 되어서 중국에서 재료들을 들여다가 까까오를 만들어 판다고 합니다.

그런데요, 음식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 있잖아요, 어떤 재료를 얼마나 어떤 방법으로 어느 순서로 넣어서 만드는 것인가가 중요하잖아요, 까까오 장사꾼들이 같은 찹쌀이나 설탕으로 까까오를 만들었다고 해도 사람에 따라 또 방법에 따라 그 맛이 다르더라구요, 제 친구가 만들었던 까까오는 맛있었습니다. 혹시 국민통일 방송을 듣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인사 한 마디 전한다면 앞으로 통일되면 남북한 까까오 맛을 다 곁들여서 더 다양한 까까오를 만들 수 있는 그런 날을 기대해보면서 항상 밝게 잘 지내길 바란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네요.

진행 : 북한 주민들이 여름이면 까까오 장사를 하려는 주민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서로 경쟁도 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기자 : 북한 주민들의 시장경쟁은 치열할 정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국은 인터넷에 방법이 다 나와 있고 설명도 구체적으로 나와 있어서 누가 무엇을 하려고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조건이 있는데요, 하지만 북한은 달라요. 본인이 발로 뛰거나 아니면 개발하거나 또 다른 방법은 가족에게서 전수받아서 하는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 까까오는 아니지만 계란빵을 만들어 팔았었는데요, 계란빵을 전수받기 위해 양강도에서 평안남도 신성천까지 가서 돈을 주고 3일간 받고 왔거든요, 밀가루 12kg을 살 수 있는 돈을 내고 전수받은 빵 제조법으로 저는 2년 간 많은 돈을 벌기도 했습니다.

진행 : 자력갱생을 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북한 주민들의 노고가 느껴지네요. 그럼 마지막으로 현재 북한 장마당 물가동향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 지난주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해 북한 장마당에서의 물가 동향 알려드립니다. 북한 전반적 지역들에서 최근에 있었던 올감자와 올보리 수확으로 지난주에 비해 쌀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먼저 쌀 가격입니다. 평양에서는 1kg 4550, 신의주 4500, 혜산은 4500원에 거래되고 있고 옥수수는 1kg 당 평양 1400, 신의주 1200, 혜산 11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환율정보입니다. 1달러 당 평양 8120, 신의주 8310, 혜산은 8287원이구요, 1위안 당 평양은 1200, 신의주 1260, 혜산 1275원으로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일부 품목들에 대한 가격입니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1000, 신의주 10600, 혜산 10500, 휘발유는 1kg당 평양 11900, 신의주 11700, 혜산에서는 11450, 디젤유는 1kg당 평양 7500, 신의주 7600, 혜산은 762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