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에 옥수수 여물자 ‘도둑질’ 기승…붙잡힌 도둑이 하는 말이…

2018년 북한 양강도 지역에서 생산된 옥수수. /사진=데일리NK 소식통 제공

최근 북한 농촌 지역 농장에서 옥수수 도난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옥수수가 여물어 익어가자 밭에 들어와 몰래 옥수수를 훔쳐 가는 이른바 ‘옥수수 도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9일 데일리NK에 “농촌에 옥수수 도적이 성행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옥수수가 먹을 만해지자 협동농장의 옥수수 포전(밭)에 도적이 들어 농장원들이 경비를 서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평안남도 순천에서만 리수복청년협동농장, 강포협동농장 등에서 벌써 많은 양의 옥수수가 사라졌다. 이렇게 옥수수를 훔쳐 가는 이들 대부분은 먹거리가 부족한 인근 탄광의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이며, 심지어는 농장의 농민들도 도둑질에 가세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상황에 농장에서는 ‘완전히 여문 옥수수를 수확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하는데 벌써 도적이 성행하면 가을할(작물을 거둘) 시기에는 남는 것이 없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옥수수를 훔치던 군인들이 농장 경비원들에게 적발돼 구금되는 사건도 벌어졌다.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7일 252여단 3대대 1중대 2소대 2분대 초급병사 김모 군이 김정숙군 신상리 농장 옥수수밭을 침범하다가 경비원들에게 발각돼 붙잡혔다.

이후 구금된 초급병사는 ‘중대에서 밥을 주는데 왜 도둑질을 하느냐’는 농장 경비원의 질문에 “현재 중대에 옥수수 막가루(껍질까지 모두 빻은 거친 가루)밖에 들어오지 않는데 그것도 제량(정량)을 공급하지 않고 있어 배가 고파 밤에 잠이 안 온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초급병사는 “그마저 있는 막가루도 중대 사관장이 사민집에 돌아다니면서 강냉이쌀로 조금씩 바꿔먹고 있다”고 부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주민들은 막가루로 술을 만들기 위해 강냉이쌀과 바꾸곤 하는데, 보통 3대 2의 비율로 교환한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 같은 초급병사의 설명에 농장 경비원들은 군관들의 식사 사정을 묻기도 했는데, 그는 “군관들 식사는 그날그날 식당 근무들이 어떻게 해서든 입쌀을 구해서 보장하는데, 된장이랑 없어서 계속 사민집에 빌리러 다닌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초급병사는 “신병훈련을 받고 막 배치된 군인들은 중대에서 한 밥을 먹지만 입대한 지 2~3년 된 군인들은 80%가 중대 밥을 못 먹겠다고 어떻게든 사민집에서 얻어먹는데, 가을이 되면 농장 강냉이를 빼돌려 본인들이 다니던 사민집에 넣어 두고 이따금 가서 먹곤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이렇게 군부대 먹거리가 마땅찮은 상황임에도 군에서는 군인들에게 철저한 사상 무장을 주문·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초급병사 역시 자신이 속한 252연대 3대대 1중대의 경우 매일 아침 군인들이 김정은과 주체사상, 선군정치에 대해 학습한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그래서인지 여전히 사회주의 우월성에 대해 인식하는 군인들이 있는데, 그렇다고 해도 돌아앉으면 바로 돈 벌 궁리만 한다”면서 “돈이 없으면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고 보는 데다 입당이나 대학교 추천을 받으려면 어쨌든 뇌물을 섬겨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