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부문 열성자에 숙식도 제공 않고 선물도 안 준 김정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4차 전국농업부문열성자회의에 참여해 참가자들을 만났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캡처

지난달 25~26일 양일간 개최된 제4차 농업부문 열성자 회의에 참석한 일꾼들이 평양 거주 기간 숙식을 자체 해결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참석해 기념촬영을 할 정도로 회의의 의미를 부각했지만 정작 참여자들 관리 부분에서는 소홀했던 것이다.

평양 소식통은 7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농업부문 열성자 회의 참가자들이 평양에 도착했을 때 ‘숙식 조건을 비롯한 모든 것을 알아서 챙기라’는 지시가 내려졌고 모두 자체 해결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참석자 대부분은 갑작스러운 조치에 모두 당황하고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면서 “황당한 지시에 친척집을 찾아다니거나 대기 숙박 집(여관)을 찾아 짐을 풀고 숙식하면서 회의에 참여했다”고 소개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일 시대까지만 해도 평양에서 이뤄지는 크고 작은 행사참가자들의 숙식뿐만 아니라 기타 소요 경비는 모든 게 당국의 책임이었다. 심지어 90년대 중반부터 이어진 ‘대량 아사 시기’(북한에서는 ‘고난의 행군’이라고 선전) 때도 마찬가지였다. 체제 유지에 사활을 걸고 있는 북한 체제 입장에서는 ‘충성분자 챙기기’는 빼놓지 말아야 할 주요 사항이었던 셈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통치자금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 북한 당국의 궁핍함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보고자로 나선 박봉주 내각 총리가 “포전담당 책임제의 우월성을 최대한 발양시키지 못한 결함들”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농업 일꾼들의 책임성을 제고시키려는 목적으로 ‘길들이기’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심지어 북한 당국은 이번 회의 참가자들에게 선물도 공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전에는 농업부문 행사들에서 대회 참가자들에게 적어도 동복(패딩)이나 옷가지 같은 물건 한 개씩은 공급했지만, 이번 대회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는 것.

북한 당국이 이전에는 열차를 따로 지정해 당일로 도착하게끔 편의를 보장했지만 이번엔 전부 ‘본인 부담’이라고 지정했다. 따라서 어떤 참가자는 일반 열차를 타고 오는 바람에 귀가에 3일 정도 소요됐다고 한다.

이에 한 고위 탈북민은 “당국이 주최하는 국가적인 행사에서 이런 푸대접은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선물과 각종 혜택이 차례지는 관련 회의에 참여하기 위한 뇌물 등 비리가 성행했지만, 이런 소식이 널리 퍼지면 오히려 기피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과 기념촬영을 진행, 불만의 분위기가 조금 수그러들었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최고지도자와 사진을 함께 촬영하면 향후 승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미약한 물질적인 혜택에 따른 불만을 정치적인 보상으로 만회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또한 북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공로를 세운 참석자들의 수고를 평가하고 이번 회의에서 ‘노력 영웅’ 칭호를 받은 근로자들에게 “다음 해 농사를 더 잘 지어놓고 다시 만나자”고 격려한 바 있다.

소식통은 “회의 기간에 ‘내가 열성자로 뽑혀서 왔다’는 점이 실감이 안 난다는 참석자가 많았었다”면서 “그나마 1호 사진(최고지도자의 얼굴이 담긴 사진)이라고 찍어 다행이라는 목소리가 나왔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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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용 기자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