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비핵화는 제자리, 남북관계와 군사합의는 진일보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박 3일 평양 방문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귀환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하루 전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비핵화와 남북관계 진전, 군사적 긴장완화에 대한 포괄적인 합의를 내놨다. 합의 내용을 보면 비핵화 부분은 사실상 제자리 걸음, 남북관계와 군사적 대치 완화에는 부분적인 진전이 있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치고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을 방문해 대집단체조를 관람한 뒤 김 위원장의 소개로 연설대에 올라 15만 관중의 환호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평양 시민들에게 직접 육성으로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 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자고 확약했다”고 말했다. 다음날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안내로 백두산 천지에 올라 기념촬영을 했다. 이번 정상회담의 대미를 장식하는 김 위원장의 특별 선물인 셈이다. 백두산 천지에서 두 손을 맞잡은 두 정상의 모습은 우리 국민들에게 향후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 장면은 문 대통령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였을 뿐 머지 않아 우리 국민들이 평양 시민들을 자유롭게 만나거나 직항로를 통해 백두산에 갈 수 있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문 대통령이 서울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충분히 확인했고, 남북 사이에 전쟁이 없는 항구적 평화를 구축하는 데 중대한 진전을 이뤄냈다고 자평하리라고 본다. 그러나 평양의 환호가 서울에서도 그대로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 국내에서는 비핵화 합의가 빈약하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높고, 군사분야 합의도 대차대조표를 놓고 따져보니 우리가 손해라는 분석도 보수진영에서 쏟아지고 있다.

남북 정상 간 합의문에서 북한은 우리의 예상대로 비핵화 협상은 철저히 미국과 진행하겠다는 기본 자세를 유지했다. 북한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영구 폐쇄하기로 했고, 조건부 영변 핵시설 폐기도 약속했지만 교착 국면에 빠진 비핵화 협상을 타개하는 조치에는 미치지 못한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에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한 폭 넓은 대화와 교감, 협조방안이 오갔겠지만 진전된 결과는 없었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면서 결코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미국을 협상장으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합의문에 나오는 철도 연결을 포함한 남북 경협은 대북제재가 유지되는 조건에서는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어렵다. 이산가족 상봉이나 편지 교류도 북측의 추후 실행의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남북이 합의한 남북교류와 경제협력, 그리고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여러 조치들은 우리가 그동안 겪었던 남북간 충돌 위기를 구조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도 남북이 동시에 취해야 할 조치라는 점에서 우리의 대북 감시 및 대응 능력 약화에만 초점을 맞추면 균형감각을 잃을 수 있다. 도발은 북한의 몫이었다. 육해공 모든 영역에서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군사 공동위원회가 이를 감시하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이번 합의가 군사적 평화 유지 시스템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향후 과감한 군축과 병력 감축 등으로 이어지는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약속은 그 자체로 많은 의미가 있다.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의 대북 인식에도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김정일 사례처럼 김 위원장의 서울방문을 위해 해결해야 할 일이 많지만, 일단 실행된다면 그의 남북관계 개선과 경제발전 의지에 대한 검증은 9부 능선을 넘는다고 볼 수 있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만큼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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