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北 인사중 가능성 있는 사람은 김달현”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자신이 재임기간 만나본 북한 인사중 가장 ‘가능성 있다’고 판단한 사람은 남북고위급 회담 당시 방한한 김달현 부총리였다고 자신의 회고록에서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김 부총리는 북한의 어려운 상황을 털어놓을 줄 알았다. 그래서 ‘채찍보다 당근이 통할 상대’로 판단했다”고 회고했다. 노 전 대통령이 사용한 ‘가능성 있다’는 표현은 북한의 변화를 위해 남측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의미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하지만 김달현 부총리 방한 후 귀국해 ‘개혁적인’ 발언을 하다가 김정일의 미움을 샀다는 이야기를 퇴임 후 들었다”면서 “그는 한직으로 쫓겨났고 그 후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한국 산업 시설을 시찰하고 북한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전 대통령은 한국의 비핵화 배경에 대해서도 술회했다. 미국의 한반도 전술핵 철수를 정책적으로 활용, 북한의 ‘핵무장 명분’을 제거했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배치된 전술핵 무기를 철수시킨다는 정보보고를 받고 이를 정책적으로 활용할 생각을 했다”면서 “1991년 9월 부시 대통령이 ‘핵 군축 선언’을 하기 직전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의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하고 비핵화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핵 무기를 없애기 위해 먼저 주한미군에 배치된 핵무기를 내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다”라면서 “이에 미국과 부시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지지와 지원을 해줬다”고 말했다.


또한 노 전 대총령은 한소(韓蘇)수교 등 북방 외교의 결과로 북한의 군사력을 견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당시 소련은 북한을 무역특혜 수혜국으로 지정하고 경제·군사적 지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소 수교가 체결되면서 소련이 북한에 수출하는 석유가격을 공산권 특별가격에서 국제 시세로 올림으로써 북한의 추가 부담이 생겼다. 북한에 대한 무역특혜를 철폐하고 현금지불을 요구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비행기·로켓 등 고도 정밀무기의 지원 삭감이 우리 한국의 국방비를 절감해 주는 효과 등은 엄청난 것이다”라면서 “한-소 경협 이후 북한에 대한 소련의 전투기 공급은 즉각 중단됐다. 그 이후 소련에서는 미그 29기보다 최신형인 수호이 전투기를 북한에 보내기로 했다가 이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러시아와의 관계가 소원해졌다며 한-러 관계에 대한 김영삼 정부의 실책을 지적했다.


조선뉴스프레스가 9일 출간한 노태우 전 대통령 회고록에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남북관계에 대한 비화(秘話)들이 대거 수록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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