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처럼 살고 있는 KAL기 납북자 기억해야”

“40여 년 전의 일이 현재의 우리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집니다. 과거의 인도주의적 사안은 현재의 인도주의와는 상관없는 건가요. KAL기 납치 사건은 악랄한 인권유린행위이자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흉악 범죄입니다.”

27일 고려대학교 4·18기념관 소강당에서 1969년 북한에 의해 아버지를 납치 당한 황인철 KAL기납치피해자가족회 대표의 울분 섞인 증언이 터져 나왔다.

‘고려대학교 남북대학생연합 북한인권학회 리베르타스’가 주최한 이날 증언대회는 고려대 학생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아버지를 찾습니다’라는 주제로 한 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KAL기 납북사건은 1969년 12월 11일 50명을 태운 대한항공 YS-11기가 북한 고정간첩에 의해 납치된 사건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으로 1970년 2월 14일 승객 39명을 돌려보냈으나, 11명은 현재까지도 강제억류 중이다. 북한은 11명에 대해 자진 입북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황 대표는 학생들에게 KAL기 납북자 구출 활동을 하며 느꼈던 어려움과 정부정책의 중요성 등을 설명하고 사건 해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황 대표는 “사건이 발생했던 당시 냉전체제였기 때문에 이 사건은 국제적으로 굉장히 예민한 문제였다. 한국정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고, 북한은 묵묵부답이었다”면서 “언론도 사건을 점차 다루지 않으면서 관심이 사그라들었고 결국 43년간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납북으로 인한 가족들의 아픔도 물론 크지만, 한 인간으로서 가족과 헤어지는 아픔을 겪고 자신의 양심조차 따르지 못하며 노예처럼 살아야 하는 납북자 개인의 아픔도 기억해주셨으면 한다”면서 “저와 제 아버지, 수많은 납북자 가족들에게 있어 희망은 여러분들이다”고 호소했다.

또한 황 대표는 “국민정서에 반하는 정책은 나오지 않는다. 국민들이 이런 사건들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낸다면 정부를 움직일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 계속해서 국민들에게 KAL기 납치 사건을 알려주고 기억 속에서 끌어내고, 같이 동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향후 KAL 납북문제 해결에 대해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골치 아픈 러시아, 중국 등이 내년에는 유엔산하 인권이사회 이사국 활동이 종료되기 때문에 KAL기 문제 해결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면서 “KAL기 납북자 인권문제를 계속해서 제기하면 우리 정부에서도 관심을 갖고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강연에 참석한 김미란 학생(22)은 “KAL기 납북자 사건에 대해 잘 몰랐었는데 충격적이다. 이런 사건에 관심이 없었다는 데 미안함을 느꼈다”면서 “일본은 납북자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고 미국도 자국민 일에는 발 벗고 나서는데 우리 정부는 왜 이런 문제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강연에 앞서 황 대표는 리베르타스 회원 및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고려대 중앙광장에서 ‘KAL납북 미귀환 11인의 생사확인과 송환을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서명 운동은 약 세 시간에 걸쳐 진행됐으며, 방학 중에도 고대 학생 300여 명이 서명에 참여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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