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내 당권파인 민족해방(NL) 계열과 비주류인 민중민주(PD) 계열이 ‘종북(從北)’ 문제를 놓고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두 정파 간 갈등은 지난 13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 진보당 우위영 대변인이 북한을 비판하지 않고 두둔하는 논평을 내면서 불거졌다. 당시 우 대변인은 논평에서 “제재 일변도 방식은 한반도 긴장 완화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며 “해결하기 위해선 대화와 타협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당내 PD 계열 노회찬과 심상정 당선자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당의 미온적이며, 북한을 두둔하는 태도에 대해 비판했다. 두 당선자는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는 지지할 수 없다”, “북한의 실용위성은 핵 탑재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 당선자는 17일 ‘경기동부연합’ 세력의 실체를 인정하기도 했다.
노 당선자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당을 잘 운영해나가기 위해 서로의 시각차를 좁혀내는 과정이 필요하고, 우리끼리만 눈높이를 맞출 것이 아니고 국민들이 납득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취지에서 발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견해가 비슷한 사람도 있고, 다른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너무 다르면 곤란하다”며 “이(종북) 문제는 민감해서 약간만 달라도 각을 세우는데, 차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29일 전당대회와 다음달 19일 치러질 당 대표 선출 과정에서 종북 문제를 두고 두 계파 간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민노당 정책위의장 출신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는 “아무래도 이 문제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며 “당권 싸움에서 평등파가 수에서 열세를 보이니까 여론을 등에 업고 당권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설명했다.
주 대표는 이어 “노회찬, 심상정 같은 사람들이 가만히 있으면 자기들도 거기(종북)에 동의하는 것으로 오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며 “그것은(종북 문제) 상대의 약점이니 상대의 기를 꺾기 위해서라도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노·심 당선자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국민을 진정으로 위하는 대중정당으로서의 이미지가 필요하고, 경기동부연합의 세력 확장을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 역시 민노당 진보정책연구소 연구기획실장으로 활동하다 2008년 민노당 분당(分黨) 당시 결별했다.
한편, 김 교수는 민노당 내 ‘경기동부연합’의 실체가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당 내에서 이들이 주류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집단지도체제 시기였는데, 그 중에서도 자주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던 정형주 씨와 김미희 씨가 대표적인 인물”이라며 “이상규 씨는 경기동부연합 출신이 아니고, 민혁당(민족민주혁명당) 사건에 연루되어 구속수감된 후 출소해 서울 지역 활동을 해왔던 인물로 이후 이들과 인연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진보당 비례대표 2번으로 당선된 이석기 씨에 대해서는 “여론조사 기관을 만들어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이라며 “지역 선거를 할 때도 선거 브레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1997년 민혁당 중앙위원장이었던 김영환의 전향과 민혁당 해체 선언에도 불구하고, 재건파 총책 하영옥과 함께 조직재건 활동을 벌여 구속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