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수희 종북행보 야권연대 정체성에 큰 상처?







▲범민련 남측본부의 노수희 부의장(빨간선 표시)이 유시민·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김상근 목사와 함께 지난달 13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야권연대 공동선언 행사에 참석했다./연합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인 노수희 씨가 지난달 24일 무단 방북해 보란 듯이 종북(從北)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행적은 4.11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북한 매체에서 사라졌다.


노 씨는 지난달 25일 김일성 광장에 내걸린 대형 김정일 초상화 앞에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조문이 적힌 조화를 헌화했다. 다음날에는 김일성 생가인 만경대에 방문했고, 27일에는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노 부의장은 조문을 반대한 우리 정부를 ‘반인륜·반민족 집단’으로 매도하는 등 종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 만경대에선 “국상 중에도 반인륜적 만행을 자행한 이명박 정권 대신 조국 인민에 사과를, 만경대에 정중히 사죄드립니다”라고 말했다. 


29일엔 북한이 김정일이 태어난 곳이라고 선전하는 백두산 밀영을 찾았고, 이달 1일엔 국제친선전람관을 비롯해 묘향산을 참관했다. 노 씨의 행보는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TV, 조선중앙방송, 노동신문, 우리민족끼리 등 대내외 매체를 통해 세세히 보도됐다.


◆北, 종북행보 선전으로 체제결속·대남공세 활용=북한이 이처럼 노 씨의 일거수일투족을 공개하는 이유는 내부 결속력 강화와 대남 선전공세로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는 15일 태양절을 기점으로 김정은의 권력승계를 마무리 하려는 북한으로선 노 씨의 활용가치가 크다. 노 씨가 남한 국민 전체를 대변하는 것처럼 선전해 마친 한반도 전체가 김정은 세습 체제를 찬양하는 것처럼 선전할 수 있다. 북한은 한상렬 목사(2010년)의 방북행보도 체제 선전을 위해 최대한 활용한 경험이 있다. 


한 고위 탈북자(2011년 입국)는 데일리NK에 “한 목사의 방북 때도 남측의 종교인들이 모두 북한 체제를 선호하고, 김 부자의 사상에 따라 (남측 정부와) 싸우는 것으로 선전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례를 볼 때 노 씨도 김정은 체제의 대남공세에 적극 활용될 공산이 크다. 역대 최대 규모로 준비 중인 김일성 100회 생일(태양절, 15일) 기념식에 노 씨를 남측의 대표로 등장시킬 가능성도 있다. 


이명박 정부를 압박하는 소재로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남한 정부에 남북관계 파탄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북한은 노 씨의 방북이 남북관계 개선을 원하는 남측의 염원으로 확대 포장해, 6.15, 10.4선언 이행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범민련 남측본부가 노 씨의 방북을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이행과 자주통일국가건설을 바라는 각계각층의 염원, 남측의 정세를 고려하면서도 민족적 화해와 단합의 험난한 고비를 온 몸으로 뚫고 가려는 고뇌에 찬 장정”으로 의미부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 씨의 귀환 후에는 이명박 정부를 반통일 패당으로 규정하는 소재로 이용할 수 있다. 한 씨가 방북을 마치고 돌아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되자 대내외 매체를 동원해 이 소식을 전하고 각계각층의 담화와 성명까지 발표하게 만들었다. 


◆야권연대 정체성 논란 ‘기폭제’=그러나 북한의 의도대로 남남갈등의 호재로 작용될지는 의문이다. 일단 노 씨의 종북행보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높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그의 무단 방북에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도 총선정국에 악영향을 의식해서다. 민주통합당 관계자가 4일 “개인 자격으로 간 것이다. (노 씨의 방북은) 언급할 내용이 아니다”고 선을 그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 씨는 오랜 기간 진보진영의 원로로 활동하면서 통합진보당 창당과 총선용 야권연대에도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3일 국회에서 열린 ‘범민주진보진영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연대 공동선언’에도 참여했다. 


남한 내 좌파진영의 통일운동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범민련 부의장이라는 상징성, 총선 야권연대에 일조했다는 점에서 노 씨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노 씨 행보에 침묵하고 있지만 야권연대는 ‘약점’을 추가시켰다. 그의 친북행보가 선거 막판에 야권연대의 정체성 논란과 엉킬 수도 있다. 보수단체들이 노 씨의 행적을 두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에 비판의 화살을 돌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