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합의 두고 정치권·노동계 갑론을박

지난 4일 노·사·정이 복수노조는 허용하되 시행 시기를 2년6개월 유예하고, 노조 전임자 무임금 부분은 사업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2010년 7월1일부터 ‘타임오프제’를 적용하기로 합의했지만, 정치권과 노동계의 진통과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일단 노·사·정이 합의함에 따라 노동법 개정안 처리의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복수노조 도입 및 노조전임자 임금 금지 조항이 자동 시행되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개정안 처리를 서두르고 있다.


일단 민주당을 포함한 야3당은 이번 합의를 “야합”으로 규정하면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시한 때문에 마냥 논의를 미룰 수도 없는 처지여서 자신들의 입장이 담긴 개정안 마련에 들어갔다. 때문에 여당과 야당의 추후 협상에서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 야3당은 7일 정책위의장 회담을 통해 “노동법 개정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추진해야한다”며 “정치권의 반인 여당만 참여한 합의임은 물론이고, 사용자나 노동자단체 역시 일부만 참여한 반쪽짜리 합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재윤 환경노동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이번 사태와 관련 “복수노조는 전면 시행하되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는 노사자율에 맡기는 민주당의 개정안을 제출할 것”이라며 “민주노총과 야당의 의견도 함께 논의할 국회 차원의 논의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위영 민노당 대변인도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조항 삭제, 복수노조 활동 보장을 위한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면서 “국민의 지지를 모아 국회에서 노동법을 수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7일 의원총회를 통해 복수노조 및 전임자 문제에 대한 노사정의 합의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관련법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오는 8일 국회에 제출키로 합의했다.


이처럼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노동법 문제가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맞물리게 되면 갈등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야당이 4대강예산 삭감 주장과 노동법 현안을 연계해 나갈 경우 연내 예산안 처리가 불투명할 전망이다.


노동계 내에서의 진통도 만만치 않다. 민주노총은 “이번 3자 야합은 노조로 단결할 수 있는 권리를 봉쇄하고 이미 조직된 노조의 활동까지도 무력화하려는 ‘노동운동 대학살 야합'”이라며 총력투쟁을 선언했다.


한국노총과 12년만의 연대투쟁을 기대했지만 한국노총이 정부 여당과 극적인 타협을 하면서 두 세력간 앙금도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한편 노사정의 합의안에 따라 오는 2010년 7월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가 이뤄지면 노조와 직업적인 노동운동가간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효과가 있다. 한국노총, 민주노총의 사무국 간부들 대다수는 파견된 사업장에 돌아가야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산별연맹이나 산별노조도 역시 기업의 노조에서 파견 형태로 나와 일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노조전임자 무임금 제도가 시행되면 이들도 대거 기업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기업단위의 노조는 독립성이 강화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당수 노조가 해고된 간부에게 조합비로 월급을 주고 있고 해고자들은 이 돈으로 생활하며 직업노동운동가로 변신해 각 사업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월급을 조합비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직업노동운동가나 상급단체와 같은 외부세력의 영향력이 줄어 노사 간 안정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으론 중소기업 등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타임오프제’ 실행은 결국 전임자를 인정하자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이날 중소기업중앙회 등 13개 중소기업 단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최근 노사정이 합의한 타임오프제를 사실상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는 달리 복수노조 허용 2년 반 유예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대 노총이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 산별노조 지회를 출범시키는 방법 등 허점을 이용할 가능성도 크다.


교섭창구 단일화도 같이 늦어지게 돼 기업은 모든 노조와 교섭하는 혼란을 겪게 된다. 또 산별노조가 설립됨에 따라 맞서 기존 노조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힘겨루기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어 노조간의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2년 반이 지나면 총선과 대선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또다시 노동현안에 대해 한발짝 물러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처럼 복수노조 허용 조치를 유예한 것때문에 이번 합의를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노동문제 전문가는 “이번 노조 전임자 임금 문제나 복수노조문제는 완전히 실패한 합의사항”이라며 “법대로 집행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복수노조문제를 13년간 유예하면서 유야무야된 합의사항을 그동안 아무런 준비기간 없이 다시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2년 6개월 후면 선거도 있고 또다시 흐지부지해질 것이 뻔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임자 임금 지급부분과 관련해서도 “타임오프제를 하기로 했는데 이것은 유감스러운 부분”이라며 “중소기업에서 전임자를 1~2명을 두자는 것은 두지 않아서가아니라 어차피 둘 형편이 안 된다. 현실성이 없는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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