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는 촛불시위의 불씨가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사흘째를 맞아 서울 덕수궁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출근시간과 점심시간을 이용해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을 안타까워하며 고인이 평안하게 잠들기를 기원했다.

나이 많은 어른들부터 중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노 전 대통령의 영정 사진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전직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가 국민들에게 어떤 충격을 주는지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시민들의 눈물이 쏟아지는 분향소 곳곳에는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을 현 정부 탓으로 돌리고 이명박 대통령 탄핵 서명운동과 촛불시위를 조장하는 각종 구호가 적힌 현수막들이 즐비하게 놓여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제몸처럼 사랑했던 사람들의 허탈감과 비통함, 검찰 수사에 대한 원망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25일 사표를 냈지만 청와대가 반려했다. 사실이야 어찌됐든 임명권자를 수사해 자살까지 몰고갔다는 도의적 책임감이었으리라고 미루어 짐작된다. 표적 수사라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지켜볼 일이다.

노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우리가 현 정부나 검찰에 대한 미움과 증오를 극대화 하는 것이 정말 현명한 태도일까? 노 전 대통령은 유서에서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고 했다. 정적에 대한 복수와 반격을 선동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한 외신은 이번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부패 문제에 대한 국민적 각성을 높일 수 있지만, 정치적 분열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말을 허투루 듣지 말아야 겠다. 전직 대통령 서거가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우리끼리는 괜찮지’ 라는 후진적 부패 의식을 극복하지 못한 데서 출발했다면 이를 극복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다.

시민들이 헌화하고 나서는 곳 옆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탄핵소추를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었으며 노 전 대통령을 애도하는 선전물이 붙은 옆자리에는 현 정부를 비난하는 선전물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특히 지하철 시청역의 각 출구를 비롯해 벽보가 붙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김없이 현 정부를 비판하고 촛불시위를 독려하는 선전물이 게시되어 있었다.

‘낮에는 국화, 밤에는 촛불’이라는 구호 아래는 ‘밤새 추모의 마음을 표합시다. 우리의 미안함은 저들의 탄압의 차벽을 넘고 우리의 분노는 대한민국을 뒤덮을 것입니다’라며 촛불시위를 독려하는 듯한 문구가 놓여있었다.

일부 언론들은 추모 열기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 탄핵’ 운동을 부추기는 듯한 보도를 일삼고 있고 각종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도 이명박 대통령 탄핵 서명이 벌어지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탄핵과 촛불시위를 조장하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행동은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지적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지난 촛불시위를 통해 많은 것을 잃었다. 우리는 촛불시위를 통해 정보를 왜곡하고 정부를 퇴진시켜 헌정을 중단시키려는 요구까지 지켜보았다.

노 전 대통령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한다면 고인의 인간적 고뇌와 슬픔을 가져온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자세로 노력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되돌아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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