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명박 ‘검증 결투’ 최후 승자는?

21세기에도 정글의 법칙은 유효하다. 그 중에서도 정치판은 통용되는 빈도수가 다른 어떤 곳보다 잦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 간의 치열한 대립도 이 법칙에 따른 것이다.

한 사람은 10년 ‘좌파’ 왕조를 이어가기 위해, 다른 이는 ‘잃어버린 10년’을 만회하기 위한 한치의 양보 없는 결투를 시작했다.

10년 햇볕왕조에 대한 민심이반과 경제 전문가 이미지를 등에 업고 대권에 도전한 이 전 시장. ‘탄핵 강풍’을 뚫고 나온 역전의 명수 노 대통령의 최근 결투는 마치 용호상박(龍虎相搏)의 기세다.

노 대통령은 언론과의 싸움에도 물러서지 않는 두둑한 배짱을 바탕으로 이 전 시장에 대한 공세를 밀어 부치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 공약과 BBK 등 각종 의혹을 철저히 파헤치면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급기야 이 전 시장의 팔다리를 끊어놓겠다는 듯 최일선 장수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청와대는 15일 이 전 시장에게 쏟아지는 각종 의혹들에 대해 ‘정권차원의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두고 이 전 시장 측 대변인인 박형준∙진수희 의원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천호선 대변인은 이날 “어제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행위에 대해 이 후보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이 후보는 어떤 반성도 사과도 하지 않았다”면서 “이에 따라 이날 오후 이후보 측 두 대변인을 검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나라의 국정 최고책임자가 되려는 후보가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면서 “잘못된 일이 있으면 책임 있게 사과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정직한 지도자가 가져야 할 바른 자세”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 측도 ‘맞고소’ 방침을 세웠다. 진수희 의원은 “무능한 국정파탄 세력의 정권연장 의도가 깔려 있다. 우리도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다”고 반발했다.

李 캠프 장광근 대변인은 “청와대가 이명박 예비 후보가 아닌 두 대변인만을 고소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은 국민적 저항을 두려워하고 있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 측의 즉각적인 반발은 청와대가 이 전 시장의 낙마를 유도해 박 전 대표 측과의 본선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이번 기회를 통해 지루한 공방이 계속하고 있는 박 전 대표와의 대립구도를 일단락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범여권과 이 전 시장의 다툼에는 끼어들지 않았던 박 전 대표 측도 이 전 시장 측을 거들었다.

홍사덕 선대위원장은 “국민의 시선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기 위해 고소 난동까지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증 공세를 통해 지지율 상승 등 역전의 찬스가 왔는데 청와대가 끼어들면 오히려 이 전 시장을 돕는 효과를 낸다고 보고 있다.

홍 위원장은 “정권 교체를 원하는 국민이 어려운 본선을 틀림없이 이길 사람이 누구인가 언론의 검증을 지켜보는데 노 대통령이 뜻밖의 상황을 연출하면서 시선을 빼앗고 있다”면서 당 경선과 검증에 개입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당 차원의 지원사격도 본격화됐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5년 전이나 지금이나 좌파세력들이 정권연장을 위해 정치공작을 수단으로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이 전 시장과 노 대통령의 공방은 쉽게 마무리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 대통령의 정치 행태 상 한번 물면 호락호락 넘기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생명 연장을 꿈꾸며 대선개입을 선언했던 노 대통령이 최대의 난적과의 싸움에서 등을 보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