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부시, 신년회견서 ‘위폐’ 인식차 뚜렷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경주 정상회담을 가졌을 때 북한 위폐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 교환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대통령의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 하루 간격으로 가진 신년기자회견에서 이 문제에 관해 밝힌 입장을 보면 11월 정상회담의 대화 내용도 대체로 같은 얼개로 이뤄지지 않았을까 추측해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은 25일 회견에서 북한의 위폐 문제에 대한 질문에 “책임진 실무자들간에 (북한 혐의에 대한) 근거라든지, 주변 국가들의 인식이라든지, 핵문제 해결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그리고 북한 정권을 압박하고자 하는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면밀하게 따져, 여러가지 의견들에 대한 사실(여부)을 서로 확인하고 의견을 조율할 필요가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따라서 “아직 대통령이 결정적인 의견을 밝힐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또 그런 문제까지 대통령이 직접 관여해 결론을 내리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해 실무자에게 맡기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러한 답변에 앞서 “북한 체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압박을 가하고 또 때로는 붕괴를 바라는 듯한 미국내의 일부 의견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며 “미국 정부가 그 같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한미간 이견이 생길 것”이라고 말해 미국내 대북 강경파에 대한 경고로 해석됐다.

이에 비해 부시 대통령은 26일 신년 첫 기자회견에서 “누군가 우리 돈을 위조한다는 것을 알면, 우리 국민이 정부에 대해 방지 대책을 세우기를 기대할 것”이라며 “그 문제에 대해선 타협이 없다”고 단언했다.

부시 대통령은 대북 금융제재는 “불법활동으로 번 돈의 이전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는 경제제재와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위폐문제에 따른 대북 금융제재에 대해, 재무부와 법무부 등 단속.조사기관측은 굳이 ‘제재’라는 표현을 피하지 않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우회 압박 의미도 있다고 시인하고 있으나 국무부와 백악관측은 ‘순수하게’ 북한의 불법행위에 따른 사법조치이므로 제재가 아니며, 핵문제와도 별개라고 말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북한은 제재가 해제되지 않으면 회담장에 안 돌아오겠다고 하고, 한국은 이 문제에 대한 마찰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는데, 북한의 협상 복귀를 유인하기 위해 제재를 해제하거나 일시중단하는 등의 제스처를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은 “계속 진전되기를 고대하고 있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틀”이라고 강조하고 북한의 회담 복귀를 촉구했다.

노 대통령도 미국내 대북 강경파에 대한 경고를 하면서도 “협상을 통해 대화로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는 데 관해선 한미간에 이견이 없다”고 전제를 달았다.

한국과 미국 두 대통령의 신년 회견을 통해 드러난 북한 위폐 문제에 대한 이러한 인식의 차이가 지난해 11월 경주 정상회담에서 의견교환 때에 비해 더 벌어졌는지, 현상유지 선인지, 더 좁혀졌는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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