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김정일 비밀대화 녹취록’ 관련 정치권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비밀대화록에 노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양보, 퍼주기 대북 지원 발언이 담겨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통합당은 녹취록은 허위날조라며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0일 비밀대화 녹취록에 담긴 내용과 관련, “국기를 문란케 하는 실로 엄청난 사건”이라며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의) 영토주권포기 발언, 2007년 남북정상회담 및 10·4공동선언과 관련한 문제에 대한 국정조사에 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새누리당의 국정조사 제안은 어처구니없는 일로 근거도 없는 허위날조 정보를 바탕으로 대선을 이전투구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드러냈다”고 일축했다.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은 앞선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백화원 초대소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NLL은 미국이 제멋대로 그은 선이니, 남측은 앞으로 NLL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또한 “노 대통령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북한이 핵보유를 하려는 것은 정당한 조치라는 논리로 북한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2009년 1월부터 2년간 청와대 통일비서관으로 일했다.
정 의원의 ‘정상회담 비밀대화 녹취록’ 발언 이후 9일 추가적으로 녹취록 내용이 문화일보를 통해 공개돼 녹취록이 실제 존재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화일보는 이날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 노 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당시 수십조 원이 소요되는 남북협력사업을 제안하면서, 김정일에게 “(내년에 정권이 바뀌지만) 이럴 때일수록 대못질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남북간 10·4합의는 대략 적게는 11조 원에서 최대 100조 원이 소요되는 ‘퍼주기 약속’을 한 회담으로 김 위원장이 말리는데도 우리 대통령이 이렇게 한 것을 보니 참으로 허탈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데일리NK에 “정상회담 녹취록은 현재 두 곳에서 보관하고 있다”며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비밀대화 녹취록을 북한 통일전선부가 녹음해 우리 국정원에 보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와 관련 “국감에서 말한 내용은 전부 사실”이라며 “(국감에서 밝힌 내용 이외) 추가로 공개된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녹취록을 직접 보거나 들었냐’는 물음에는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당 차원으로 진상조사위를 구성해 철저한 조사를 할 예정이고 국정조사를 민주당에 요구한 상황이니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한편, 2007년 정상회담 당시 노 대통령을 수행했던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김만복 전 국정원장,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두 정상의 독대는 없었고, 따라서 정 의원이 주장한 녹취록도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사이에는 별도의 어떤 ‘단독회담’도 없었고 ‘비밀합의’도 없었다”면서 “‘비밀녹취록’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 의원이 주장하는 10월 3일 오후 3시는 정상회담 오후 회담이 한창 진행되고 있던 시간이었고, 이 회의에서는 구체적으로 이미 제안된 남북공동사업계획들에 대한 논의를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