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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권의 NLL 이해의 수준이 거의 봉숭아학당 수준이다(김장수국방부장관 제외).
솔직히 필자는 군사전문가도, 법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어서 이제는 NLL에 대하여 더 이상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러나 지난 1일 노무현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참담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대통령이 NLL을 지키고자 하는 국민과 장병들의 의지를 “땅따먹기”에 비유하고 서해교전의 전사자들의 희생이 사실상 무의미한 죽음이었다는 발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5년간 참고 들어야만 했던 대통령의 대통령답지 않은 천박한 발언이 어디 이 말 하나뿐이었는가?
문제는 이러한 천박한 발언을 과감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든 대통령의 궤변적 확신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의 헌법 3조를 원용, “NLL은 영토선이 아니다”라는 점에 착안하여 설사 NLL을 변경하더라도 헌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NLL을 올리든 내리든 실제 영토의 확정과는 무관한, 부질없는 ‘땅따먹기놀이’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소피스트(궤변론자) 한 명이 친구에게 다음가 같이 질문했다. “너의 집 강아지가 새끼를 낳았다며?” “그래.” “그러면 그 개는 엄마가 됐구나?” “그렇지” “그리고 그 개는 너의 것이지?” “물론!” “그 강아지는 너의 것이고 엄마이니, 결국 너의 엄마가 되겠구나!” 여기에 상대방이 말문이 막혔다.
노무현 대통령의 NLL 발언은 궤변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연 듯하다. 그러나 그리스 소피스트의 궤변이 사고의 어느 과정에 눈에 잘 띄지 않는 오류에 기인하듯 노대통령의 주장 역시 사고의 오류에 기반하고 있다.
헌법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를 확정하는 것이고, 이 영토에는 한반도 전역과 그 부속도서가 포함되어 북한의 전 영역이 대한민국의 영토에 속한다. 이 점을 노대통령도 인정하고 있고 필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국가의 존재는 영토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권과 국민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또 주권이 통용되는 대상이 영토라는 점을 생각하면 국가의 유지에 영토에 대한 지속적인 주권행사가 필요조건이라는 점은 명백하다(대통령은 봉하마을 자기 집에 도둑이 들어 대치 중이더라도 어차피 등기부에 이 집 모두가 내 소유이니 도둑이 안방을 요구하든, 서재를 요구하든 다 내주어도 상관없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노무현과 그의 ‘봉숭아 학당’
문제는 남과 북이 갈라져 북한이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주권이 헌법 3조에 규정된 영토 전부에 행사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현재 실질적으로 주권을 행사하고 있는 NLL 남쪽 해역의 다만 일부라도 주권을 포기해도 좋다는 결론은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는다. 차라리 지금 주권행사가 가능한 지역의 영토방위에 대한 확고한 태도가 요구될 뿐이다. 왜 그러한가?
통일을 지향하는 분단국가에서 영토개념은 최대한의 주권행사의 목표영역이며, 현실적인 주권행사의 경계선은 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지, 후퇴하거나 축소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자유민주주의로의 통일’이라는 개념 자체도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것이다.
대통령의 임무 중 영토와 주권수호 및 국민보호가 가장 기본적인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물론 직무유기적이다. 그러나 주권행사의 기본인 영토방위를 군 통수권자 스스로가 포기하는 발언을 “헌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하여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감정적으로만 대응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노대통령은 곧 이어서 “NLL은 ▲합의되지 않은 선이다 ▲국제법상 영토선 획정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북한 주장은 사실”이라고 했다. 여기서 금방 눈에 띄는 것은 한편으로는 헌법3조에 의해 ‘NLL이 영토선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여기서는 북한의 주장을 받아들여 “국제법상 영토선 획정기준”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즉 대통령은 NLL 재설정이 영토선(국경선)을 획정하는 것과 동일하다는 전제를 암묵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명백한 모순도 대통령의 ‘단순무식의 범주’로 간주하여야 할까? 아니다. 필자는 대통령이 김정일 정권에게 대한민국의 영토를 양보하면서라도 친북좌파정권의 대북 저자세 정책을 실현하고자 헌법 3조를 명목적으로 원용, 궤변을 만들면서까지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본다.
여기서 11월 중 평양에서 있을 것이라는 남북 국방장관 회담에서 김장수 국방장관의 역할이 얼마만큼 지대한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솔직히 군 통수권자이자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발언을 설사 그것이 궤변이라 하더라도 상명하복이 몸에 밴 무장출신 국방장관이 부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김장관이 국회에서 “대통령 발언은 (NLL에 대한) 헌법과 법적 해석, 국민 정서, 남북관계 특수성 등을 고려한 국가 통치자로서의 고심에 찬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은 차라리 봉숭아학당과 같은 노무현 정권에서 국방장관이 해야만 하는 ‘고심에 찬 표현’이다.
어쩌면 노대통령은 남북 국방장관 회담에서 NLL 변경 혹은 새로운 해상불가침 경계선의 설정을 요구할지 모른다. 11월 1일의 발언은 통일부장관이나 국정원장마저 공식적으로 인정한 ‘NLL변경 불가원칙’을 대통령이 깨뜨리면서 지난번 “정상회담 정신” 운운하면서 NLL을 지키는 한국 장병들을 위협한 북한인민군의 성명에 화답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에서 헌법과 헌법정신에 부합되지 않는 그리고 대통령의 임무에 위배되는 발언까지 복종해야 할 의무는 누구에게도 없다.
다행히 필자는 김장수 국방장관은 대통령의 어느 발언이 옳으며, 어느 발언이 ‘고심에 찬 표현’에 불과한지를 명확히 가려서 현명하게 대처하리라는 점에 한 점 의혹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