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북도·양강도의 장마당 세대를 중심으로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는 염색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드라마 시청 등 한류(韓流)의 영향으로 북한 주민들 중 일부가 몇 년 전부터 조심스럽게 염색을 하곤 했지만, 최근엔 ‘염색’이 20·30세대 젊은 층 사이에서 자연스런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고리타분한 조선(북한) 머리보다 자본주의 스타일의 머리모양을 즐기는 젊은 층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함경북도) 청진시와 회령시 등 도시의 젊은 층에서 머리에 노랑 물을 들인 청년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는 사람들이 있긴 했다”면서도 “최근에는 그 숫자가 더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염색한 것이 발각돼 처벌될까 두려워 전전긍긍하던 것과는 상당히 달라진 모습이라는 것.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노란색으로 머리를 물들이는 것을 비사회주의(비사) 행위로 규정, 적극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활동을 통해 본인만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20·30 장마당 세대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단속을 피하면서도 동시에 적극 대항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물론 청년들이 (당국의) 검열을 무서워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염색도 진하게는 못하고 연하게 하고 다니고 있다”면서도 “모자를 쓰거나 머리 수건으로 머리를 가리는 방법 등을 활용해 단속을 피하고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염색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초급당위원장 및 청년 조직 중심이 주도하는 염색 단속 행위에 걸린 청년들이 “원래 머리 색깔이 ‘누런색’이었다. 염색을 한 것이 아니라고 맞선다”면서 “요즘 애(청년)들은 우리 때와는 확실히 다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남조선(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청년들의 ‘몸치장(외형)’뿐 아니라 의식도 변화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앞머리를 삐죽삐죽 길게 내린 이른바 ‘칼머리’를 한 젊은이와 통을 좁혀 다리에 달라붙는 모양의 ‘맘보바지’를 입은 여성을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됐다”면서 “이런 모습을 본 주민들에게 염색 정도는 큰 죄로 생각되지 않는 것 같다”고도 했다.
양강도의 소식통 역시 이 같은 추세를 전했다. 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머리에 노랗게 물을 들이면 부모들이 큰일이나 난 것처럼 ‘잡혀 가려고 그러는가? 당장 검은 색으로 바꾸라’고 법석을 떨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보기 좋다. 대신 너무 튀게는 하지 말라’고 말하는 부모들이 더 많아졌다”고 소개했다.
그는 “혜산시 뿐 아니라 전국 도시에 살고 있는 20대 여성들이라면 한번쯤은 노랗게 머리를 물들이고 싶어할 것”이라면서 “머리색을 바꾼다고 사상이 변하고 나라를 배반하는 것도 아닌데 청년들의 몸단장은 본인들 마음대로 하게 (당국에서) 놔뒀으면 좋겠다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