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창간60돌, 이 ‘종이’를 어디에 쓸꼬?

▲ 장마당에서 잎담배와 노동신문 종이를 판매하는 모습 (2004년 11월 함북 회령시)

노동신문은11월 1일 창간 60돌을 맞으며 ‘우리당 출판보도물은 선군혁명의 위력한 사상적 무기이다’라는 사설을 냈다.

사설은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인 1945년 11월 1일 <로동신문>을 창간한 것은 우리 인민의 정치생활과 주체혁명위업 수행에서 커다란 의의를 가지는 력사적 사변이였다”고 자랑했다.

또 사설은 “(노동신문이) 당보로써의 역할을 다하도록 (김일성과 김정일이) 당성, 로동계급성, 인민성의 원칙을 확고히 견지하도록 이끌어 주었다”고 역설했다.

지금 북한에 당이 어디 있고, 노동계급이 어디 있으며, 인민의 가치가 존재하기나 하는가?

북한의 노동당은 김정일 개인 당이고, 노동계급도 오직 김정일이라는 수령을 위해서만 노동을 해야 하는 계급이며, 인민 역시 김정일을 보위하는 총폭탄으로서만 의미가 있다. 이것을 선전하는 주구(走狗) 역할만 해온 노동신문이 당성과 노동계급성, 인민성을 이야기하다니 그 낯짝이 두껍다.

[사설 요약]

–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혁명발전의 매 시기, 매 단계마다 《로동신문》이 나아갈 앞길을 환히 밝혀주시고 당보가 당성, 로동계급성, 인민성의 원칙을 확고히 견지하도록 이끌어주시였다

– 우리 당 출판보도물은 특히 조선혁명이 류례없는 시련을 헤쳐야 했던 《고난의 행군》시기에 우리 식 사회주의의 사상진지를 철벽으로 다지는데 적극 이바지하였다. 붓대가 굳건하였기에 적들의 그 어떤 악랄한 책동도 일심단결된 우리의 혁명대오를 추호도 흔들어놓을 수 없었고 당과 수령,사회주의에 대한 우리 군대와 인민의 신념은 더욱 억세여졌다.

– 로동신문을 비롯한 우리 당 출판보도물이 세기를 이어 우리식 사회주의의 정치사상 진지를 반석같이 다지는 데서 자기의 사명과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는 것은 위대한 령도자를 진두에 높이 모시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노동신문은 총 6면으로 되어있다.

1면부터 4면까지는 김일성, 김정일, 그 일가족에 대한 우상화 선전 기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5면에는 한국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고 6면에는 국제관련 소식들로 편집된다.

북한 주민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보는 면은 1면부터 4면까지 채워진 김일성, 김정일의 우상화 기사가 아니라 5, 6면에 게재된 한국소식과 국제관련 소식들이다.

1면부터 4면까지 채워진 기사들은 어릴 때부터 지겹도록 듣고 또 들은 이야기여서 새롭고 독특하며 개성적인 면을 찾아보려 해도 찾아볼 수 없다. 그래도 5, 6면은 어느 정도 새로운 기사들이 있다.

물론 5면에 실리는 기사들은 “남조선 인민들이 김정일 장군님을 통일 대통령으로 모시려고 한다”는 등 거짓 기사들이 대부분이지만, 의식이 깬 북한 주민들은 이런 기사들을 유추 해석한다. 예를 들어 “남조선의 대학생들이 김정일 장군님의 초상화를 가슴에 품고 다닌다”라고 선전하면 “그럴 수 있을 정도로 남조선에는 자유가 있나 보구나”하고 말이다.

노동당은 주민들에게 노동신문을 강제로 읽어 보도록 한다. 그 강제적 방법이란 공장, 기업소, 협동농장, 학생, 군인 등 조직생활을 하는 주민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독보회’라는 형태로 노동신문을 읽는 것이다. 독보회는 아침 조회시간, 작업을 하다가 쉬는 시간, 저녁 작업총화시간들을 이용한다.

물론 이러한 방법은 노동신문 인쇄부수가 적은데도 원인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주민들이 1면부터 4면에 실린 김일성, 김정일 우상화 선전기사들을 관심 있게 보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노동신문은 주민들이 쉬어야 할 시간에 쉬지도 못하게 만드는 짜증나는 존재이다.

당간부들은 ‘참고신문’을 선호

북한에서 노동신문은 주로 세포비서 이상 노동당 간부들에게 배포된다. 일반주민이 노동신문을 받아보기는 어렵다. 인쇄부수가 너무도 적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간부들 역시 노동신문에 실린 기사의 사실성을 믿지 않기 때문에 ‘참고신문’에 더 관심을 둔다. 참고신문은 남한과 국외의 소식을 일정하게 편집하여, 당간부들에게만 배포한다. 그래도 간부들은 세상물정을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참고’하라는 신문이다.

참고신문을 얼마나 관심있게 구독하는가에 따라 그 사람은 세계정세에 관한 상식들을 많이 알게 된다. 이런 사람은 주민들에게 매우 ‘유식’한 사람으로 평가된다.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상식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신문이 허위와 과장, 기만 기사로 가득 찬 신문이라 해도 주민들은 노동신문을 구하려고 열심히 노력한다. 노동신문 기사를 읽어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필품’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노동신문은 ‘담배종이’로도 많이 쓴다. 노동신문지는 ‘당보’라는 특권이 있어 다른 지방의 신문보다 얇다. 담배종이로는 안성맞춤이다. 또한 방안에 벽지를 바를 때 초배지(초벌로 하는 도배지)로도 안성맞춤이다.

따라서 북한주민들은 노동신문을 한 장이라도 갖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에는 노동신문지를 장마당에서 판매까지 하게 되었다.

원칙적으로 다 보고 난 노동신문은 한 달에 한번씩 출판물보급소에서 수거해 간다. 재활용을 하기 위해서다. 북한주민들은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가 있는 신문지만 수거해 가도록 내놓고, 나머지는 위와 같이 담배종이나 초배지 등으로 이용하기 위해 모아둔다.

“노동신문이 당보로써 북한주민들의 정치생활, 사상생활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과장이고 기만이다. 그나마 노동신문이 주민들에게 기여한 것이 있다면 담배 필 때 편의를 주고, 도배를 하는 용도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이주일 논설위원 (평남 출신, 2000년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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